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잉 Sep 23. 2021

니체와의 대화

니체: 세상의 편견을 말하는 자, 사람들과 발맞춰 말하는 자는 공경을 받는다. 하지만 세상을 말하는 자, 사람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 말하는 자는 공격을 당한다. 


철수: 후자는 생전에 인정받지도 못하고 여전히 비주류인 니체 당신을 말하는 것 같은데, 전자는 누굴 말하는 건가요?


니체: 지식인, 종교인, 철학자 누구든. 특히 대중 앞에 나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들을 보라. 그들의 진리는 언제나 익숙한 것, 마음 편한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들은 군중의 믿음을 정교하게 다듬어낼 수 있을 뿐 절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파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철수: 적어도 그 사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잖아요. 굳이 기분 나쁜 당신 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뭔가요? 


니체: 내 말을 듣던 듣지 않던 세상은 변한다. 한 때 진리였던 것이 독이 되고, 선이었던 것이 악이 된다. 그 자리에 새로운 진리가 자라나고, 한 때 악이었던 것으로부터 새로운 선이 나온다. 나는 세상에서 독이 된 진리를 보고, 그 독이 만드는 복수심과 원한을 본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들의 믿음과 가치를 깨부수는 것이다. 


철수: 그렇다면 뭘 깨부숴야 하고, 그 자리엔 뭐가 들어와야 되는 건가요?


니체: 그대가 진심으로 세상의 진리를 살아보았고, 그것에 지쳤다면 내 책을 읽어보라. 그곳에서 그대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 줄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진리에서 도피하기 위해 내 책을 잡는다면 그대는 그대의 깊은 마음이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세상과 더 멀어질 것이다. 그저 허영심으로 내 책을 잡는다면 그대의 풍선 같은 허영심이 더 부푸는 것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바둑이: 나라면 니체를 읽을 바엔 차라리 성경을 읽을 거야. 아니면 차라리 고대 그리스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의 책을 읽겠어. 니체는 미쳤잖아. 평생 결혼도 못하고, 돈도 못 벌고, 그다지 행복한 인생을 산 것 같지도 않아. 그런 사람 말을 왜 듣냐고. 


니체 팬: 니체의 목표는 결혼도 아니었고, 안락한 삶도 아니었습니다. 니체는 그저 창조적 에너지에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삶을 살았을 뿐입니다. 심지어 창조에만 몰두하느라 자신의 창조적 결과물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킬 여유조차 갖지 않고 계속 나아갔습니다. 니체 자신이 니체 자신의 사상을 살지 못한 거죠. 귀가 멀어버린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듣지 못했지만 우리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비록 니체는 자신의 사상을 향유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니체의 사상을 삶으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철수: 사람들이 니체의 사상을 삶으로 들여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니체 팬: 기존 종교와 도덕 그리고 평등주의적 설교에 지친 사람이라면 니체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체는 철학자이지만, 뛰어난 심리학적 통찰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니체의 심리학적 통찰을 보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니체 팬이지만 니체가 진리를 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니체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거죠. 

작가의 이전글 프로이트와 아들러 그리고 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