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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May 31. 2024

기개로 삽시다

인생은 만족과 불만족의 반복이다. 


만족과 불만족은 각자의 개인적인 느낌인데


개인적이라고 해도 사람 사는 것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니.


맛있는 것이 좋고. 건강한 것이 좋고. 예쁜 것이 좋고. 풍족한 것이 좋고... 수많은 '다들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산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나오고 대량 생산이 나온다. 많이 만들고 크게 만들고 분업을 해서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이제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바다에 갖다 버릴 정도가 됐다. 


그런데 사람은 먹을 게 해결된다고 끝이 아니고 이제 안전한 것이 필요하고 편안한 것이 필요하고 섹스가 필요하다. 


어쩌면 여기까지도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전하고 편하고 섹스를 한다고 끝이 아니고.


이제는 좀 더 미묘한 것들도 중요해진다. 명예든 존중이든 사랑이든 -기왕이면 긍정적인-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미 규모의 경제식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사회로부터 혹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답을 얻기는 어려운 부분이 된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의 난제는 이후에 시작된다. 


앞서 말한 모든 것을 갖추고도 불만족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엔 이런 것이 사회의 난제가 아니었다. 인도 왕족의 명상 주제이거나. 독일 철학자의 탐구 대상이었다. 


보통은 의식주를 해결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데 충분히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기원전 인도 왕족보다 여유있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중학생도 19세기 철학자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원하는 정보든 자료든 얻을 수 있다. 



다만 인도 왕족이나 19세기 철학자보다 현대인에게 부족한 것은 기개다.


불만족을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는 기개. 


남들과 상관 없는 나의 답을 찾겠다는 기개. 


고대 사회 특권층에게는 여유만 있었던게 아니라 그런 기개도 있었다. 


기개는 없고 여유만 있어서는 불만족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불만족은 무엇인가? 


불만족은 파괴적인 느낌이다.


불만족을 안고 사는 것은. 불만족이 자기 자신과 주변을 파괴시키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 관해선 모든 것을 적게 느끼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영향력을 줄여가면서 살거나. 아니면 불만족을 그대로 표출해 자신과 주변을 파괴시키며 사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지우기 위해서 사회 문제에 집착할 수도 있고. 돈이나 일에 집착할 수도. 남의 문제에 집착할 수도. 혹은 게임이나 도박. 술이나 마약을 이용할 수도 있다. 


'콜로세움을 지어라! 전쟁에서 가족이 죽어도. 세금으로 수확물의 절반을 떼어가도 잊을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게임을 규제하지 마라! 불만족스러운 청년들을 나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으니까!' 



히키코모리. 게임 도박 알콜 마약 중독. 우울증. 


넘치는 여유만큼의 기개는 없는 현상의 다른 이름이다. 


여유에는 기개가 따라야 한다. 


기개 없는 여유는 파괴적인 불만족이 된다.


인도 왕족이 기개가 있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취급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나를 갑자기 특별히 취급해줄 이유는 없으므로. 스스로 혼잣말로라도 '나는 나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기개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해보자.


아무튼 사람은 만족하거나 바쁘거나 둘 중 하나가 건전한 순환 상태다.


불만족스러운데 여유롭다면 기개가 부족해 좋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구하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 마태복음 7:7


여유롭지만 불만족스럽거나 바쁘긴 한데 뭔가 잘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면 기개를 구하라. 그러면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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