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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잉 Jun 01. 2024

신과의 만남

김 : 아..머리야..


??: 정신 차리게.


김: 누구세요? 


??: 자네가 누구보다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


김: 글쎄요. 남자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잠깐…우리 집에는 어떻게 들어온거에요!


??: 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겨우 그런건가?


김: 신이요? 제가 아는 신은 얼마전에 본 박신 기자 한 명 밖에 없는데. 


??: 이름이 신이 아니라. God. 갓이라네.


김: 그런… 왜 갑자기 내 앞에 있는 겁니까? 그럼. 소원이라도 들어 주는 건가요?


신: 내가 자네의 소원을 모를것 같나? 


김: 그럼 일부로 안들어 주시는 겁니까? 대체 왜요? 


신: 왜 일 것 같나?


김: 글쎄요. 저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기도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그런 사람들 소원이 먼저인 거 아니에요? 아니면 선하게 살지 않은게 문제인 건가요? 


신: 나는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만들 뿐이지. 자네가 방금 말한 것 같은 것들 말이야. 


김: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소원을 이뤄주는 건 신 당신이잖아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뭐가 중요해요. 


신: 자네는 한 가지의 소원을 빌고 있지 않아. 자네는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운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동시에 선업을 쌓은 사람이 운이 좋을거라고 믿고 있어. 자네는 두 가지 상반된 소원을 빌고 있는 거야. ‘열심히 일하지 않고 부자가 되고 싶다.’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달리 말하면 아무 소원도 진정으로 빌고 있지 않은 것이지. 자네가 말해보게. 내가 어떻게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겠나?


김: 그렇다면 지금 소원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100억을 주십시오! 다른 소원은 신경쓰지 마시고요. 후후.


신: 자네는 아직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백 억을 벌기를 원하고 있어. 


김: 아니요. 방금 말했잖아요? 그런 건 상관 없으니 그냥 백 억을 좀 가져볼게요.


신: 지금은 거의 사라진 어떤 종교에서는 원 안에 갇혔을 때 원을 주술사의 허락 없이 벗어나면 저주를 받아 죽는다는 믿음이 있었다네. 하루는 동급생들이 그 종교를 믿는 친구 한 명을 골려주려고 친구가 자는 동안 주변에 원을 그려 놓았다네. 처음엔 장난이었지만 그 친구는 밤새 그 원 안에서 겁에 질려 나오지 못했고. 결국 주변 어른들까지 모여 그 친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네.


김: 그냥 원을 지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신: 지우는 건 멋대로 벗어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어. 아무튼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 친구를 설득하기 시작했지. 그건 그냥 분필로 그린 아무 의미 없는 선일 뿐이다. 나와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라고 좁은 원 안에서 화장실도 못가고 잠도 못자는상태로 이틀이 지났고. 결국 주변의 설득을 듣고 나가보기로 결심했지. ‘이것은 그냥 분필 로 그린 선일 뿐이고. 아무 일도 없을거야.’ 라면서. 하지만 한 발짝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발작이 일어났고 그대로 쓰러져 실려 갔다네. 자네가 갑자기 무엇을 믿고 싶다고 해서 자네의 믿음이 바뀌지는 않아. 자네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지 않은 나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믿고 있어.


김: 그럼 결국 제가 무슨 소원을 빌어도 소용 없다는 말인거군요. 지금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신: 만약 원 안에 갇혀 있던 그가 그 순간에 원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 나온 다른 신자들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주술사보다 더 권위 있는. 교황 쯤 되는 사람이 나타나 그런 저주는 없다고 말해줬으면 어땠을까? 니체처럼 종교의 역사를 파고들어 직접 저주의 권위를 깨부쉈다면 어땠을까? 


김: 믿음이 바뀌게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나도 열심히 살지 않고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고.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부의 본질에 대해 마르크스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탐구하면 되는 건가요!


신: 그럴 때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되네. 그들을 칭찬하는 것이 더 좋지. 만약 원 안에 갇힌 사람이 원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저들은 불신자다! 영혼이 없는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면 그는 자기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원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버리지. 만약 그가 원 밖의 사람들을 보고 ‘저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구나.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들을 따라 아무렇지 않게 원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듣는 건 자네에겐 효과가 없어. 자네는 유명인을 대중에 영합하는 박쥐같은 인간상이라며 미심쩍게 보고 있지 않나. 자네가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 아닌가. 


김: 존경하는 사람은 많죠. 그런데 노력 없이 백억 부자가 된 존경스러운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신: 부처는 태어날 때 부터 왕자였다네. 대단한 왕국은 아니었어도 백 억 부자 부럽지 않은 조건을 아무 노력없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지. 


김: 부처가 노력없이 백 억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할리가 없잖아요.


신: 부처는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지. 백 억을 만드는 것은 노력이 아닌 자네의 마음가짐일 뿐이네. 부처가 ‘너는 원하면 백 억을 가질 수 있다’ 고 대놓고 말해주기라도 바라는건가? 


김: 하지만 전 불교 신자가 아닌데요. 


신: 자네의 믿음들을 생각해 봐. 그것들의 근원이 어디일 것 같나. 자네가 알든 모르든 자네의 믿음은 부처. 뿐만 아니라 예수, 공자… 수많은 존경받는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 공자는 똑같은 질문을 해오는 제자에게 정 반대의 대답을 해주곤 했지. 기질이 급한 제자에게는 자중할 것을. 행동이 더딘 제자에게는 기개를 가질 것을 말했어. 자네는 살아 있는 공자를 만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입맛에 맞게 편집된 자네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공자의 말을 듣는 대신 자네의 마음에 와닿는 공자의 말을 직접 찾을 수도 있겠지. 


김: 그 말은 제가 논어를 직접 읽어야 한다는 건데…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고요. 논어는 그렇다 쳐도. 팔만대장경을 읽을 수는 없으니…너무 산으로 가는 거 아니에요? 부자 되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머리가 다 빠지겠어요. 백억 부자라도 대머리라면…제프 베이조스는 서양인이라 대머리라도 인기가 많겠지만…내가 대머리가 되면…백 억이 아무 소용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신: 그렇다면 내가 한 마디 보태지.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그것이 백 억이든. 무엇이든 간에. 자네가 백 억을 벌기 위해 해야할 유일한 것은 노력도 아니고 팔만대장경을 읽는 것도 아니고 구하는 것 그 뿐이네. 


김: 전 구하고 있는데요? 


신: 그 반대의 것도 구하고 있지 않나.


김: 음…열심히 사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세상 말이군요. 그런데 아까 말한대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니 결국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 노력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는 것에 나쁠 것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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