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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사는 것의 힘

톨스토이 | 안나 카레니나

by 블루베리 햄스터

처음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을 땐 단순한 불륜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중간까지는 ‘안나는 나쁜년이고 카레닌은 불쌍해‘라는 생각으로 끝날수도 있었던 이 명작의 기나긴 여정을 마치면서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라는 장장 3권의 책을 펴낸 이유는, ‘선하게’ 사는 것의 힘에 대해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안나의 행동(불륜)에는 ‘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나는 행복할 수 없었다. 안나와 대비되는 인물로 레닌이 등장한다. 레닌은 자신만의 선을 지키면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레닌은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도, 정직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사실 레닌의 모습은 우리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그리고 나의 친구들, 심지어 나조차도 안나보다는 레닌과 닮은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끔은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마음 가는대로 일탈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매일매일 고뇌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끔은 그런 내 삶이 안쓰럽고 불안할 때도 있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이 멋있고 사랑스러울 때가 더 많다. 이 책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는게 올바른 것인지, 선이 없는 삶과 있는 삶의 끝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안나를 완전히 비난할 수는 없기도 하다. 안나는 카레닌과 ‘진짜 사랑’을 해서 결혼했을까? 그 시대, 러시아 사회를 생각해봤을 때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또 고전소설이다보니, 그 시대를 반영할 수 밖에 없고, 이 소설의 시기엔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대상이었다. 이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안나를 보며 톨스토이는 단순히 안나를 나쁜년으로만 만들려고 했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러시아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럼에도 안나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결말을 맞았다. 자신의 욕망을 따르고 카레닌에게 끔찍한 상처(적어도 카레닌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아주 맞다)를 준 안나는 이 소설에서 행복할 수 없었다. 톨스토이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 아주 반대되는 인물인 레닌(그렇다고 완벽한 건 아니다)을 방대한 분량으로 보여주면서 레닌과 같은 삶을 통해 우리 인생을 비춰볼 수 있게 한다.

이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들 자신들의 세상에서 요행을 바라고,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처를 받을지언정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려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전자보다는 후자의 삶을 선택할 때 삶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지라도 그 곧은 길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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