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병아리들만 사는 행성이 있다. 내가 그 행성을 발견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었는데, 그건 내가 키우던 병아리가 그 행성으로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10년 전쯤, 수많은 병아리 떼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몰랐기에 답답해했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양계장을 하시는 할아버지댁에서 데려온 병아리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병아리는 몸이 조금 허약해서 나는 그 아이를 매일 걱정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간단하게 '삐약이'였다. 노란 털에 목부분에 작은 하트모양의 하얀색 점을 가진 아주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베란다의 꽤 넓은(병아리 몸집에 비해) 상자에 모이와 물을 넣어주곤 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라 병아리를 챙길 수도 없었고, 챙길 생각조차 없으셨기에 삐약이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신경 써 줄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에 뉴스는 매일 우리나라의 적어도 10만 마리의 병아리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떠들어댔다. 심지어 이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였다. 미주,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어느 나라도 그 기현상을 피해 가지 못했다. 어렸던 나는 그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나의 삐약이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이래 봤자 밤에 몰래 품에 안아 내 침대에서 재우는 것과,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지 않고 곧장 집에 가는 게 다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은 나에게도 닥쳐왔다. 그날은 마치 삐약이가 사라지는 게 예견된 일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만 이상하게 이루어졌다. 삐약이는 그날 아침 평소와 다르게 삐약삐약 울어댔다. 허약한 그 아이는 보통 울지도 않고 얌전하게 있곤 했는데 그날은 엄마를 찾듯이 울어댔다. 나는 혹시나 삐약이가 아픈 건 아닐까 걱정하며 그 아이에게 모이와 물을 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곧 학교에 가야 했기에 눈에 밟히는 삐약이를 뒤로 한채 집을 나섰다.
그게 나와 삐약이의 마지막이었다.
삐약이는 병아리 행성으로 떠나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