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퇴사가 80일 남았다. 그 말은 즉, 3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거다. 나의 회사생활이 끝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회사는 썩었다. 바뀔리가 없지. 더 이상 우리 회사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행복하다. 지난 3년간 참 괴로웠다. 그런데 상황이 참 한 순간에 바뀌었다. 갑자기 내가 폴란드로 떠나게 될 줄이야. 심지어 내가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퇴사하게 될 줄이야!! 매일매일 감옥에 갇힌 듯 살아가던 내가, 드디어 그 감옥을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거다.
퇴사가 얼마 남지 않으니, 이제 나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퇴사를 앞둔 직원이 되니까 정말 마음이 편하다. '어쩌라고' 마인드가 생겼다. 회사에 오래 있을까봐 꼰대들에게 모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나.. 하지만 이제 난 잃을 게 없다. 더 이상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늘도 부장이 애매모호한 업무지시, 그리고 본인이 지시한 걸 본인이 기억하지 못해서 일이 발생했다. 웃긴 건, 본인이 잘못했으면 부장이든 뭐든 사과를 하고 정정하는 게 맞는건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죽어도 사과는 안한다. 무조건 잘되면 본인 때문, 안되면 나때문. 오늘은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한 마디했다.
"부장님이 하란대로 만들어왔잖아요..?"
도대체가 뭔 놈의 회사가 이런 식으로 굴러간다는 건지. 솔직히 지금 당장 퇴사하고 싶다. 어차피 내가 회사를 다닐 기간은 2개월 좀 넘는 시간뿐인데, 이렇게 귀한 내 시간을 이런 꼰대놈들과 보내는 게 맞는가?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빨리 폴란드에 가서 내 할 것을 찾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퇴사할때 좋게 좋게 나가라고 했는데, 내 뒷담을 까고 다니고 제대로 된 업무지시도 하지 않는 내 부장에게 한 가지 선물을 해주려고 한다.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잃을 것도 없는 내가, 이제는 두려워져야 할텐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니 여전히 멍청하게 구는 것이지.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한다. 지금 당장 퇴사할까, 아니면 12월까지는 다닐까. 물론 연차 몰아쓰면 12월은 거의 출근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2개월이 좀 넘는 기간에 얼굴도 보기 싫은, 목소리도 듣기 싫은 그런 인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게 맞나?아마 다음주안에는 결정을 할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따르지 않는 일은 멈추기로 했다.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거다. 그런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