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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5시간전

by 블루베리 햄스터

새벽 3시 13분. 잠에 든지 2시간도 되지 않아 눈이 떠졌다. 오늘부로 나는 부모님과의 생활을 끝맺는다. 더이상 부모님의 집에서 살게 될 날은 오지 않을 것이고 나는 이제 나의 둥지를 남편과 함께 꾸려가야 한다. 그 첫 시작이 낯선 나라, 폴란드라서 더 걱정이 앞서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감정과 부모님에 대한 시원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들이 내 안에 가득 찬다.


아낌없이 나를 돌봐주시고 사랑해주셨던 나의 부모님을 떠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구나.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를 할 땐 그것을 몰랐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집을 나서며 문 사이로 마주친 따스하지만 미묘하게 바라보던 엄마의 눈과 장문의 긴 문자, 그리고 이젠 정말로 부모님의 둥지를 떠나야하는 오늘, 작은 새였던 나는 이제 날개를 활짝 펴고 비행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서야, 부모님의 품은 절대로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따스하게 빛났고 언제까지나 포근 것이란 걸 안다.


부모님도 나를 떠나보내는 게, 사랑스러운 딸이 이젠 독립을 하겠다고 아직은 여린 날개를 파닥이는 것이 걱정도 되고 서운하기도 하시겠지. 그 모든 생각과 가슴이 아프도록 생생한 아쉬움이, 어찌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을 나는 온전히 느끼면서, 이 또한 지나가야 할 과정임을.. 알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나의 가정의 시작, 새로운 나의 인생 2막이 이렇게 시작된다는 것을. 부모님도 나도 이제는 각자의 삶을 더 사랑하고 돌봐주어야 한다는 걸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눈을 통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들을 사랑한다.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5시간 전, 아니 부모님의 따뜻한 둥지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마지막 5시간 전, 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한껏 느끼고, 춥지만 용기를 내어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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