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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메달 Sep 11. 2020

코로나 블루 타고 온 도시 속 미술, 미술 속 도시 전

그렇게 기억타고 추억은 왔다

우울이 후드득 온다. 코로나 블루라고 이야기해도 그게 남의 일 인줄 알았다. 6개월, 7개월 동안 다행히 미친 듯이 책을 읽어서 오히려 충전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충전이라는 생각보다 무엇인지 모르게 후드득 우울하다, 는 생각을 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코로나 블루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 전시회가 생각났다. 몇 년 전,11월 23일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다. 이미 다녀온 지인이 이 것을 나한테 꼭 보여주고 싶다면서 굳이 바쁜 걸음으로 그렇게 거기에 갔었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기 중앙박물관을 처음 가 봤다. 서울을 자주 오간다 해도 늘 그렇게 일로 종종걸음 하며 다녔지 문화를 뭐 즐겼겠냐고. 아니 미술을 뭐 얼마나 알겠느냐고. 언제나 그러하듯 사는데 바빠서 예술이라 명명하는 것을 그리 가까이에 접하며 살지는 못 했다. 음악은 그래도 내 안의 흥이 있어서 책 읽는 것처럼 살짝 즐기며 살았다마는. 미술은 무식의 한 중간에 가 있다. 미술은 언제나 멀고도 먼 당신,이었다. 그만큼 각박한 중생이라는 것이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이 주제 때문에 나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단다. 미술보다는 '도시'라는 그 주제에 더 당겨서. '도시'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내가 좋아할 것 같았단다. 맞다. 건축, 도시, 그런 것에 워낙 꽂혀있는 사람이라 기분이 바로 좋아지는 단어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미술로 들어가면 나는 또 아는 게 없어서 꽂힌 주제 맞는지 사실 아리송해진다.


전시회 마지막 날짜라 시간을 다투어 급하게 주차를 했고, 어리바리한 나를 이끌듯이 데리고 다니면서 정말 해박한 설명을 했었다.

동네 한가운데에서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놀이를 한다. 오롯이 남성 권위의 문화 안에서 그들 끼리의 놀이를 시작되고 구경꾼 조차도 여자는 없다,라고 설명하면서 그때 여자들은 뭐하고 놀았을까요?라고 물어보는데 내 대답은 뭐하기는요? 그냥 집에 있는 거죠,라고 했었다. 참 재미없는 대화들이 오간다 싶으면서도 저 그림의 의미를 또 저렇게도 해석하는구나,라고 혼자 궁시렁 했던 것 같다.  역시 예술은 의미 부여를 잘해야 하는거야.


저 호랑이는 무슨 생각까요? 몰라요.

호랑이 사진을 아주 많이 나누어서 찍었는데 아주 긴 설명을 나에게 해 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곰방대 길게 꽂아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저 길이에도 아마 자신들의 권위가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아는 게 별반 없어서 그때 참 많은 설명을 해 주었는데 기억이 온전하게 나는 것이 없다. 예술보다는 사람에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이렇게라도 전시회 와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니 그래 내 안의 호흡이 제대로 돌고 있나 보다, 그런 상상을 한 그날이다.

몇 년 전 가을, 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전시회다. 그 당시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찍었고, 내가 찍은 사진보다 지인이 찍은 게 더 많다. 그렇게 전시회를 보고, 애써 예술적 감성을 끌어냈던 소중한 추억 하나가 코로나 블루를 타고 슬그머니 올라온다.이렇게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나름의 명분은 되니까. 그 명분은 바람 타고 바이러스 타고 여기저기 와서는 절반은 웃게, 절반은 쓸데없는 우울이 메달리게 한다. 그게 또 그런 것이더라고.   


관람 끝나고 나오니 이런 날은 기념으로 인증사진 꼭 찍어야 한다며 애써 나를 포토존 앞에 세웠다. 그렇게 소위 인증컷은 내 손에 들어왔다. 바람이 분다. 그날도 바람은 불었을까.




금요일 오후, 흐릿흐릿한 바람과 구름을 끼고 퇴근하는데 이 날이 사무치는 것이다. 저런 공간을 언제 또 가 보나, 작품 옆에서 쉼 없이 설명해 주던 그런 살가움은 또 언제 느껴보나, 예술 옆에 비말이 튀지 않아야 하니 마스크를 끼고라도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오면서 다시 가슴은 시려졌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그립다.


우울은 이렇게 사전 예고 없이 쓱 들어와서는 오만 감정을 쏟게 한다. 코로나 블루는 이렇게 옛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 힘이 있구나, 사실은 이게 더 무섭네. 그렇구나.


이미지 출처, 중앙박물관 전시

도시 속 미술

미술 속 도시

관람객이 찍을 수 있는 구간에서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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