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기는 문화가 있었다

대구 먹꺼리는 덤이고, 우리는 있어 보이는가

by 동메달톡

대구를 다녀왔다. 대구에서의 시작은 먹는 것이었고, 끝도 먹는 것이었다. 대구에 사실 맛집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다들 먹꺼리를 오래 기억들 할까.


대구 중앙로에서 근 50년 되었다는 분식집을 갔는데, 뭐 대단한 것을 먹은 것도 아니다. 흔한 쫄면을 먹었고, 흔한 우동을 먹었고, 오뎅국을 먹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오래오래 한다. 아마도 대구경북이 고향인 우리팀 구성원들이 대구 먹거리에 자신의 추억을 입혔고, 애써 그 추억을 복기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감정적 먹거리가 되게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구에는 미진분식과 진미분식이 나란히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김밥과 쫄면을 나란히 같이 팔면서 서로 원조라며 대구 시민들을 손님으로 모시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곳은 문 닫고, 그 중에 한 곳은 살아남아서 전설의 분식집이 되었고. 수억의 재산을 모았고. 지금의 그 할머니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부를 향유하며 장사한다며, 이 김밥은 한 줄에 얼마였는데 지금은 얼마이고. 기본이 두 줄이고. 아마 전국 쫄면의 원조는 대구일 것이라는 확신성 없는 추측과 우동과 김밥, 쫄면을 한꺼번에 같이 먹어야 제 맛이고. 정오가 되면 줄이 어디까지 길어서 먹고 바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점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그나마 자리가 있다고. 일본으로 시집 어느 친구는 이 집 김밥이 너무 그리워, 대구 오면 이것만 먹고 간다고. 와우, 스토리가 어찌나 길고 어찌나 탄탄한지. 원천스토리가 이런 것이구나, 를 새삼 느끼는 대구의 분식점 되시겠다.

20181026_113259.jpg 이렇게 두 줄이 1인분이다, 가격은 세월따라 조금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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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분식을 먹었으니 저녁은 그래도 밥을 먹어야 하는데, 서문 시장을 가고 싶단다. 우리 책방 탐방 하러 온 거 맞아? 맞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니. 돌아가는 길에 서문시장에 갑시다, 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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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착한 서문 시장은 대구 서점을 네 곳을 다녀 온 후라, 퇴근 시간과 맞물려서 재래시장답게 차는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가겠다고들 하니. 운전자는 따라가는 수 밖에.


서문시장 가서 먹은 것은 납작만두와 씨앗호떡이다. 안동에 간고등어가 유명하다는 경북권 맛자랑에 대구는 뭐 있는데? 하니 누가 동인동 찜갈비가 아닌 '납작만두' 라고 했었다. 납작만두의 맛에 동의를 구하는 말들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지인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만두피를 만두라고 우기는 그 만두"


최고의 현답이었다. 납작만두는 이름답게 얇은 밀가루피가 전부이고, 그 안에 부추와 당면 몇 개 들어가 있는 게 고작인데 그걸 납작만두라 칭한다. 그냥 책받침 같은 두께이니, 만두피를 만두라고 우긴다, 그 말이 맞을 터였다. 그럼에도 그 만두 위에 떡볶이를 올리고, 대파를 숭숭 썰어서 간장 올려주는 그 비쥬얼은 가히 감동이라고 대구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특히나 출향한 대구사람들은 납작만두, 타령을 참 많이 한다. 솔직히 그게 맛있겠나, 그게 추억이 얽히고 어린시절, 골목길 정서가 떠오르니 애써 기억하고, 애써 회자하며 그 옛날을 즐기는 것이지. 결국은 개인의 역사가 남아 있으니, 기억하고 싶은거지.


씨앗호떡은 딱 천원. 그거 구어서 주고는 딴데 가서 먹어라, 한다. 장사 손수레 옆에 있으면 다른 사람 못 사간다고. 그 억척스러운 손님 대접에 우리팀들 화들짝 놀라더니 다 뿔뿔이 흩어져 씨앗 호떡을 먹는다.


먹거리의 회상 만큼 우리가 기억하는 동네 책방, 지역 서점은 있을까. 대구는 아쉽게도 오래된 책방보다는 지금 막 생긴 문화공간 역할의 책방이 더 많더라. 제일서적보다는 교보문고가 더 많이 회자되는 그런 곳이었다. 대구 거기는.


김밥과 쫄면과 우동과 그리고 납작만두와 씨앗호떡을 먹으며 우리는 책방이야기를 했다. 오고가는 차 안에서는 '지적자본론' 책 이야기를 했으니, 우리는 지금 있어 보이는 것인가(책을 읽는 이유는, 있어 보이려고 읽는다는 참여자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참 오래 회자했다. 우리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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