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주는 힘, 그것

사람을 찾습니다

by 동메달톡

사람을 찾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뭔가 자리를 맡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 기대치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하고 어떤 느낌을 받을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속상함 때문에 밤새 마음 전쟁을 할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지, That's OK 할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라 각각 다르겠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쉽게 스스로에게 "OK" 하지 못 하더라.

내 지인 중에 도 닦는(내 보기엔 그래) 경지의 멘탈을 가진 이가 있다. 시끄러운 문제도 그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오면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된다. 마법이다. 부러운 마법이다.

얼마 전 그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 아이가 이제 고3인데, 어떻게든 올해 대학을 가면 좋겠다. 재수를 한다 하면 시켜야 하지만, 그래도 그냥 그 해에 대학을 가면 좋겠단다. 그거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다,라고 일축했는데 재수를 바라지 않는 그 이유가 좀 남달랐다.

성적이 높아서 입학 성적이 높은 학교 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재수를 하면 부모인 내가 노는 게 눈치 보여서 어쩌냐 하더라. 주말에 운동도 하고 산행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등등 놀아야 하는데, 집에 수험생 있으면 적당히 눈치 봐야 하는데 그거 고3 때 한 번이면 되지, 재수하면 그거 또 해야 하니 그게 아찔하단다.

이 지인은 매사가 그렇다. 회사에서 무슨 요직의 간부로 발령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온 동네 인맥 동원하여 그거 안 한다고 한 사람이다. 내가 기운 있을 때 잘 놀고 해야 하는데, 내가 그 요직의 간부 맡아서 무슨 일독에 빠질 일 있냐고, 나는 승진 안 해도 된다. 그냥 주어진 일상에서 남한테 피해 안 끼치며 업무 처리할 테니, 나 승진시키지 마라,라고 힘 있는 동기나 선배들에게 로비하고 다닌 사람이다. 승진하고 싶어라 하는 사람들 많으니 그 사람들 소원 들어주라고 했다고 하더라. 또 두 해 선배 중에 기관 본부장이 되어 동문회 왔는데, 얼굴이 더 초췌한 모습이라 그거 좋아 보이지 않더란다. 그는 모든 가치의 기준은 내가 행복한가, 그러지 않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더라.


오늘 아침, 정혜신(정신과 의사)의 자기 싸움을 하지 말라는 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또 했다. 결국은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자신에게 무한한 영혼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는 생각. 그 생각 안에 내 지인의 소신도 문득 떠오르면서 그런 정신적 자아가 참 좋다.

사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는 생각이 또 든다. 나를 잘 챙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이지. 그런데 요즘 그런 사람들 찾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헉헉거린다. 나조차도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몰라서 천당과 지옥을 매일 오간다 싶으니, 할 말이 없다.

나이 들어서도 목표 운운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들 별로이다. 뭐 그렇게 시끄럽고 어렵게 사는지. 그럼에도 사는 것은 전쟁이다, 는 생각이 와락 들면 그저 슬프다. 그래도 그게 현실이니까. 현실이라는 단어를 통용해 버리면 사실 모든 것이 다 이해되고 용서되기도 하더라만, 그래도 가슴 울림이 쿵하게 오는 '내 지인 같은 지인' 이 또 어디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을 찾는다. 자신의 삶을 좀 더 애틋하게, 각별하게 꾸리고 있는 '그 사람'을 또 찾는다. 찾고 찾아서 내 삶의 묵은 수다를 나누고, 그 수다 안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그리고 그 에너지를 내가 다 받는 거야. 그리고는 모임에서 자리를 못 맡아서 코 빼고 있을 친구가 있다면, 또 미친 듯이 위안이 되어 주는 것. 그거 멋지잖아.

방전용 사람이 아닌, 충전용 사람을 오늘도 찾는다. 진한 커피 한 잔 같이 나누어 마시면서 서로에게 강력한 에너지를 주는 것, 그게 요즘의 관심사라고 한다면 나는 또 철부지일까.

사람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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