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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문 Don Kim Nov 25. 2021

아랍 남성,“남자는 하늘이다, 소나 양은 여성이 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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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이슬람 사회를 언급하는 이들 가운데, 아랍 사회가 가부장제가 견고하다고 말하곤 한다. 일부다처제 등 여성의 인권 사각지대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어떤 점에서는 맞고, 어떤 점에서는 맞지 않은 주장이다. 아랍 이슬람 지역도 나라와 지역, 사회적 계층과 가정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나라인데도 통치자에 따라, 정권에 따라 잠깐 사이에도 다른 현실이 펼쳐지기도 한다.


평균적인 수준의 아랍 이슬람 사회를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늘 곤혹스럽다. 그것은 이런 주제는 물론, 다른 이슈를 언급할 때도, 내 머릿속에는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내가 만났거나 알았던 것,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삶의 자리에 있는 아랍인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누구를 기준으로 삼어야 할지 난감한 것이다. 그래서 일탈적인 어떤 모습이 아니라, 사회 속에 자리 잡은 어떤 흐름에 주목해서 아랍 이슬람 사회를 말하고자 나름 주의를 기울인다.


'힘 있는 남자', '강한 남자'콤플렉스?


30년 전 처음 아랍 세계에 외국인으로 살면서 느낀 것은, 아랍 사회의 내면의 모습이 너무나 한국의 전통을 닮았다는 것이다. 아랍사회를 가볍게 단정 질 수는 없지만, 남아선호, 남성 위주, 삼종지도, 칠거지악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남자는 하늘이다”는 식이다. 남자 중심의 이 세계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개념도 살아있다. 그래서 올바르지 않은 권위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았다.  



2009년 10월경 요르단의 내무부 거주 비자 담당 부서를 찾았다. 담당 계장이 자리에 없었다. 2번째 부인을 맞이하고 한 달간 휴가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뒤에 업무 창구에서 이 관계자와 인사를 나눴다. 그에게서 당당함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나 능력 있는 사람이다”는 식이었다. 둘째 셋째 부인 더 나아가 넷째 부인에 많은 자녀를 거느린 이들은 그 자긍심이 만만치 않다. 아랍 이슬람 지역 곳곳에서 “나도 기회가 되면 둘째 셋째 부인을 두고 싶다” 말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아랍 남성들은 개인의 경제력이나 정치력 같은 ‘능력’도 강조하지만, 남성의 ‘힘’ 같은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아랍 사회만의 것은 아닙니다. 아랍 남자들만 모인 공간이라면 어렵지 않게 듣게 되는 이야기 가운데는 음담패설과 성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남성의 힘을 돋워준다는 음식과 약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남성 일방에 의해 어렵지 않게 부인과 이혼을 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부인을 더 둘 수가 있으며, 통념을 따라 첩이나 다른 파트너를 둘 수도 있다.


이것은 일부다처제에 의해 지지를 받는 현상일 수 있다. 일부다처는 구체적으로 일부 사처를 말한다. 최대 4인까지의 여성을 법적인 아내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사처는 권고사항이나 강제 사항은 아닙니다. 허용 사항인 것이다. 아랍 세계 전체적으로는 평균 10퍼센트 안팎의 여성이 두 명 이상의 아내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 수년 전부터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걸프지역 젊은이들 가운데 동남아시아로 계약결혼의 형식으로 성매매를 하러 오가는 일이 늘고 있다. 결혼 계약서를 작성하고 관계를 맺는 형식을 취하곤 한다.      



장바구니를 든 남자들은 가정적이다?



전통 시장, 재래시장을 면 장바구니를 든 남자들이 가득하다. 아, 아내를 챙기는 가정적인 남자들이 많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본 방문자로부터 '아랍 남성들은 가정적인가?”하는 질문을 종종 받곤 했다. 야채 가게는 물론 옷 가게, 먹거리나 생필품을 취급하는 곳 어디에나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대개가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재래시장 골목에 남자 손님이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장바구니는 여자들의 고유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여성들의 바깥나들이를 못하게 하거나 피하도록 했던 보수적인 관습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집안 일과 바깥일의 구분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시장이나 가게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사 오고 하는 일이 집안일이 아니라 바깥일의 하나 즉 남자들의 몫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여자가 그것도 결혼한 여자가 밖으로 나돌던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보수적인 남자들이 적지 않았다. 집안일 안팎의 영역 구분이 뚜렷했던 것이다.   


2009년 12월 초 요르단의 사해 남쪽을 찾았다. 시리아에서 온 유목민들이 천막을 치고 있었다. 한 가족이 사용하는 통상적인 세 칸짜리 천막 하나가 세워지는 데에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천막 치는 것 같은 다소 힘겨운 일을 할 때 남자들은 급하게 쳐놓은 천막 안에서 차를 마시거나 그늘에서 놀고 있었다. 천막을 치느라고 애를 쓰는 이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 천막을 펼치고, 쇠방망이를 한 손에 들고, 쇠말뚝으로 단단하게 고정을 시키고, 기둥을 세우고 하는 일들은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땀 흘리는 여성들을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있는 남자들은 말했다. “천막 치는 일은 집안일이고 여자들이 할 일이지요...” 그래서인지 여성들은 팔뚝에 알이 배긴 것만 같았다. 유목민 여성들의 이런 일에 익숙했고, 잦은 노동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전통 분위기 가득한 유목민 천막을 방문해보겠다. 대개 세 칸으로 천막이 구성되어 있다. 세 칸 가운데 한 칸은 부엌의 용도와 살림살이,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나머지 공간은 가장과 제법 큰 남자들의 몫이다. 응접실과 남자들의 숙소로 사용한다. 여자와 아이들도 재산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던 옛날 관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가장이나 족장은 자신에게 속한 모든 재산과 여인과 자녀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장자권은 그 권한을 이어받는 합법적인 권리였다. 한 집안의 남자들은 여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런 생각의 잘못된 예가 명예 범죄이다. 자신이 속한 집안이나 가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그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범죄행위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명예살인을 저지른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조차 이런 가혹한 행위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전통적인 분위기는 여성들의 자유로운 연애나 이성교제를 경계하고 있다. 연애결혼보다 당연히 중매결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매결혼도 친족 혼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나라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수치가 제공되지는 않는다. 요르단과 일부 국가의 정부 통계와 관습을 반영한 추정치이다. 친족 혼은 친가 외가 쪽의 4촌 또는 6촌과의 결혼이 대세이다. 남자는 다른 집안 식구와 결혼할 문이 활짝 열려있다면, 여성에게는 선택의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중매결혼도 남자의 의사는 반영이 되어도 여자의 의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사촌 6촌 간의 결혼에서 남자 쪽이 ‘찍으면’ 여자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랍의 평범한 여성들은 태어나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남자의 지배를 받는 것 같다. 태어나서는 아비에게 복종하고 결혼한 후에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이후에는 아들을 따를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곳도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성이 자기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인 것이다. 게다가 남성 보호자를 필요로 한다. 미혼자는 아버지, 기혼녀는 남편이다. 이들의 서면 승인이 없이는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회 악습을 철폐하려고 했을 때 이슬람 세계의 보수파 종교계가 들고일어났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는 알라의 뜻’이라는 것이다.      



남성들이 남성의 ‘힘’을 숭배하거나 동경하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여성들의 무력화와 침묵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운명이려니 살면서도 아픔을 갖는 이들도 있고, 이런 운명을 맞서면서 고통하는 이들도 있다. 남자답지 못한, 힘없는 남자의 안팎의 고통이 커 보인다. 눈물 흘리는 남자 같은 이미지는 강한 남자 풍조에는 어색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힘 있어 보이기 위하여 다소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연출하여야만 하는 남자들, 남자다움에 얽힌 그릇된 이미지, 아랍 사회가 넘어서야 할 과제이다.


자신의 권위가 무시당했다고 생각이 들면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강한 남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남성의 힘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랍 남성의 외침 “남자는 하늘이다, 소나 양은 여성이 키워라”가 될 것 같다. 쉽게 아랍 이슬람 사회의 보수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말하지만, 나라마다 시대마다 집안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보다 뒤처진 모습, 다르지 않은 풍경, 앞서는 것이 뒤섞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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