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생각
- #천양희 <#바다시인의_고백> 「#나는_가끔_우두커니가_된다」 창비 -
마치 어느 노시인이 “너에게 시는 뭐니?”라고 물으시는 것 같다.
이 시를 읽다가,
이 시집의 제목처럼 ‘우두커니’가 되어 한동안 멍때린 기억이 난다.
나에게 시는 무엇일까?
어릴 때는 시가 무기였다.
내가 세상과 싸우는, 나를 지키는 무기.
각고의 수련 끝에 연마한 필살기 같은 것.
피와 땀으로 갈고 닦으면 고수의 냄새를 풍길 수 있다고 믿는 것.
조금 철이 들자 시는 공감이었다.
나와 너, 우리, 이웃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
나와 다른 생각들을 인정하는 것.
함께 비를 맞고 걷는 것.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것.
그리고 시는 치유이기도 했다.
나의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너의 아픔을 토닥여 주는 것.
이웃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
힘겨운 세상에 힐링 캠프를 마련하는 것.
아직도 철들지 못한 중년의 시인에게 시는
반성문일 것이다. 자서전일 수도 있겠다.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고
그 시간 안에 가득한 고백이고
고백들 사이 사이로 흐르는 그리움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다시인’처럼
“고백이 바로 바닷속에 든 칼날 같은 시”가 되지 못했다.
나의 고백은 여전히
엉성하고, 겉돌고, 진실하지 못하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나쁜 시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 자작시 <나는 나쁜 시를 쓰고 있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