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직원과 업무를 이해하고 업무생산성을 위한 UX 디자인을 하자
이번 글에서는 “직원이라는 사용자”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아래 그림처럼 직원 Employee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제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https://brunch.co.kr/@dongseok17/8). 업무용 제품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과제에서 왼쪽의 고객 Customer이 없는 과제는 있지만, 직원은 꼭 포함된다.
직원으로써 업무할 때의 우리와 컨수머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는 많이 다르다 (두개의 인격이 있거나 다른 사람으로 봐야한다). 컨수머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는 내가 필요해서, 또는 내가 좋아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서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복잡한 것은 싫고 (또는 게임처럼 일부러 즐기고) 효율성 보다는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를 할 때의 우리는 어떠한가. 컨수머 제품에서는 상상도 못할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예. 여행사 직원이 출장지가 4곳인 항공스케줄을 찾아서 예약하기),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예. 500명의 급여 지불을 위해 엑셀을 띄워놓고 정확한 계산을 다시 하면서 숫자를 입력),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보를 입력하기도 한다 (예. 생산현장에서 양불 판정을 여러 이미지를 한꺼번에 보면서 1초에 하나씩 판정하기).
이는 직원들에 대해 회사가 (1) 실수하지 않기를 원하며 (삼성생명 직원의 실수처럼 https://brunch.co.kr/@dongseok17/16), (2) 효율적으로 일하기를 원하고 (파네라처럼 https://brunch.co.kr/@dongseok17/4), (3)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올바르게 해결하기를 원하고 (반도체 생산관리시스템처럼 https://brunch.co.kr/@dongseok17/16), (5) 업무을 배우기 위한 기간과 Training 비용을 줄이기 원하기 (https://brunch.co.kr/@dongseok17/3)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시스템, 프로덕트를 디자인할 때는 컨슈머와 다른 특징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일반 컨슈머로 생각하고 디자인하게 되면 많은 내 디자인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고통받으며 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괴로운 경험을 하게될 수도 있다. 다음에서 그러면 직원이라는 사용자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이야기 해보자.
직원으로써 업무할 때의 우리와 컨수머 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는 많이 다르다.
1. 주어진 업무를 제공된 도구로 수행
직원들은 부서에서 담당하는 업무들이 있다. 또한 이 업무를 회사에서 제공한 도구로 수행해야 한다. 수행해야할 업무와 이를 위한 도구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정해진 것이라는 의미이다. 전형적인 사례로 예전에 (아직도?) 삼성전자에서는 문서를 훈민정음 워드프로세스로 만들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익숙한 신입들이 문서작성에 엄청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모두 회사 보안을 위해서라는 농담도 있었다 (삼성외부에서 훈민정음이 설치된 PC가 없으니까). 심지어 많은 회사에서는 프리웨어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대부분의 프리웨어들도 개인이 사용할 때는 공짜이나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는 유료이기 때문이다.
2.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름
이런 일이 있었다. UX팀원의 대부분이 스케치 Sketch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실현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 (아직도?) 스케치는 맥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는데, UX 디자이너들의 노트북을 맥으로 바꾸는 것까지는 설득했으나, 맥에서는 회사업무에 필요한 다른 소프트웨어들이 지원되지 않았고 (대부분 보안관련 소프트웨어들이었다) 결국 구매팀과 보안팀의 반대로 스케치를 사용하지 못하였다 (보안괸련 이슈가 가장 컸다).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들은 구매자들이 선택하거나 아주 예전에 선택되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기준은 사용자들과 다른데, 비용은 물론 보안, 장기적인 애프터서비스, 제품 신뢰도, 개발회사의 재무신뢰도 등을 고려한다. 또한 한번 채택된 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다 (큰 회사일 수록 더 힘들다).
3. 복잡한 다수의 업무를 수행
직원들의 업무는 빡빡하게 짜여져서 돌아간다 (직원이 놀게 놔두는 회사는 거의없다). 아래는 “직원의 하루”로 검색한 결과 중 하나이다.
이 직원은 수송비지급전표 발행, 수송비 정산 및 통계자료 작성, 부서비품관리, 전표처리, 보고서 작성의 업무를 수행한다. 2년차 사원의 업무가 이정도이니 대리나 과장만 되어도 훨씬 복잡한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
남이 시킨 복잡한 업무를 남이 정해준 도구로 하니까, 이 도구가 나쁘면 더 밉고 싫어진다.
4. 개인의 평판 관리가 중요
위의 사례에서 또하나 주목할 점은 개인의 모든 업무가 부서의 다른 직원 또는 타부서의 업무와 관련되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LNG 통관처리를 하고 나면 우리 수송부에서 수송비 지급 전표를 작성합니다”인데, 통관처리를 해주는 부서에서 업무가 늦어지면 이 직원의 전표작성 업무도 딜레이 될 것이다. 이처럼 직원들이 하는 업무들은 프로세스를 따라서 해야하는 일들이 많고, 다음 업무의 진행을 위해 빠르게, 또 시간을 맞추어 처리 되어야 한다 (자꾸 늦어지면 타부서에서 전화도 오고 상사에게 지적받아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된다). 즉 여러 관련자와의 협업이 많게 되고, 직원들은 상사나 동료는 물론 협업 관련자와의 관계와 평판유지에 신경을 쓴다. 프로세스가 형편없거나 시스템이 나빠서 일을 못하는 것이라도 타 부서 관계자들이 볼 때는 그냥 그 직원이 일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 저런걸 못하고 그래?).
5. 제품 수용과정에 저항 단계가 있음
소비자로써의 우리는 제품수용 과정이 아래 그림과 같다. 신제품수용과정이라고 잘 알려져있는데 인지 Aware-관심 Interest-평가 Evaluation-시연 Trial-수용 Adoption의 5단계로 발생하는 심리적 과정으로 일종의 낯가림이다.
이 단계가 모바일 앱에 적용되면 아래과 같은 퍼널분석이 가능해지며, UX 디자이너들은 각 단계에서 사용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사용자 등록할 때 비밀번호 두번 입력하게 하는 것도 한번으로 줄이는 추세인데 이는 고객이탈을 최대한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직원의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품 수용과정은 아래 그림과 같이 다르다. 인지과정은 동일하나 본인이 스스로 인지한 것이 아니므로 "일단" 저항 Resistance하고, 한번 써 본 후에 업무생산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직원으로써 우리는 훨씬 제품 수용에 보수적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 어렵거나 귀찮기 때문이며, 현재 사용하는 제품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IT 부서가 개입하여 (예를 들면 보안상의 이유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생산성에 확신이 생기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동료들에게 전파가 되기 시작한다. 서비스를 탈퇴하는 과정 또한 상이하다. 소비재 제품은 개인의 결정으로 더 이상 방문하지 않거나 잊혀지는 것에 비해 업무용 제품은 일단 사용되기 시작하면 다른 대안이 생길 때 까지 계속 사용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재 제품과 달리 저항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직원 스스로가 구매자가 아니어서이며, IT 부서의 영향력이 강해서이기도 하다. 이 저항하는 단계를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가가 우리 UX 디자이너들이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지 않으면 돈들여서 구매했는데 사용자들이 싫어한다는 피드백을 받게된다 (영업부서는 잘 했으나 UX가 좋지 않아서 문제라는 지적을 받게된다). 사용자에게 제품을 바꾼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귀찮은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불리한 여건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B2B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직원들의 나쁜 피드백이 쌓이면 구매결정자가 알게 되는데, 이런 일이 한번 생기면 다시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재판매 기회는 없어지고, SI 과제는 다음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UX 디자이너는 기존 제품에서 이전하는 경험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각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최대한 예측하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초보사용자와 전문사용자간의 숙련도 차이가 큼
소비재 제품에서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와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소비재 제품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의 정의는 하루 몇번 사용하는 정도이다. 예로 T맵 서비스의 전문사용자는 택배를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사용 빈도는 10~20회이다. 하지만 업무용 제품에서 전문 사용자는 그 빈도와 사용경험의 차이가 훨씬 커진다. 10년 째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가도 있고, 1~2초에 하나씩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학습이 완료되어있으며, 극도의 업무생삼성을 추구하며, 회사 내에서의 영향력도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가진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숙련도를 크게 스킬 Skill 수준, 규칙 Rule 수준, 지식 Knowledge 수준으로 나눈다. 우리가 앱을 처음 깔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사용하는 단계가 지식 수준이다. 여러번 사용하고 나서 원하는 과제를 위해 화면의 어떤 버튼을 누르면 되는지 규칙이 만들어져서 쉽게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규칙 수준이다. 스킬 수준은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것 처럼 고민없이 매우 빠르게 과제를 수행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재 제품에서는 스킬 수준의 사용자는 거의 없으며 UX 디자인에 특별히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업무용 제품에서는 전문 사용자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7. 일부분만 아는 전문가
Pierre Levy는 그의 저서 Collective Intelligence (1999)에서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의 개념을 정리하였고, 꽤나 많은 화두를 만들었다. 집단지성을 짧게 설명하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으나 모두들 조금씩은 알고 있다 No one knows everything, but everyone knows something”이다. 업무용 제품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관련된 업무에 관련된 것은 잘 알고 있으나,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소비재 제품처럼 재미삼아 이것 저것을 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기능만 주구장창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사용자 리서치가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을 때의 위험은 아주 크다. 그래서 연관된 모든 부서를 파악하고 부서 업무를 대표하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가 진행되어야 한다.
직원으로써 우리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완수하는 것을 추구한다.
결론적으로 정리해보면 직원으로써의 우리는 행복하기를 “주어진 업무를 효율적으로 완수"하는 것을 원한다 (반면 소비재 제품을 쓰는 우리는 원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복잡한 여러 업무를 회사가 구매한 제품으로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회사내의 평판에 신경을 쓴다. 업무 숙달성이 내 전문성이며, 새로운 제품을 쓰는 것은 업무생산성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직원이라는 사용자의 특성에 따른 엔터프라이즈 UX 디자인/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UX 디자인에서 고려할 점들을 정리하겠다.
관련 글
#UX #엔터프라이즈 UX #Enterprise UX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DigitalTransformation #직원사용자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UX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