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밤이 모두를 기다린다.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어요. 어린 시절 학교와 집에서 그가 거둔 성취는 가족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를 늘 만족시켰어요. 나이가 들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욕망과 목표 같은 것들을 더욱 구체화했어요. 가지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말이에요. 가지고 싶은 것을 얻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노력 덕분인지 원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누구나 인정할만한 성취를 이루었어요.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삶이라고 그 사람을 칭찬했어요. 부족한 것이 없었어요.
그 사람에게 단 하나의 밤 una nox이 찾아왔어요. 누구보다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종교와 신앙이라는 보험을 오래전에 들어놨다는 거예요. 이 밤이 지나면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눈을 감아요. 금방 다시 만나요 라며 그를 위로하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요. 다음 세상이나 천국이라는 곳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아주아주 조금 들었지만 믿음으로 지그시 눌러보아요. 이제 눈만 다시 뜨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눈이 떠지지 않아요. 아니 눈이 없어요. 의식은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기억도 나요. 그런데 감정은 너무 희미해서 느낄 수가 없어요. 뭐지? 이게 영혼인가? 이대로 어디론가 가는 건가?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아니, 한 동안은 그런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는 것도 느낄 수가 없어요. 그다음 순간 시간이 뭐였지 라는 의문이 떠올랐어요. 한참 고민을 했어요. 분명 아는 개념이었는데 잘 생각이 안 나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라며 지나가기로 했어요. 가만, 지금 중요한 것이 뭐지? 난 무얼 하고 있었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뭐였지? 아, 그래. 난 어디로 가고 있었어. 응? 간다고? 어디로? 모든 것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어요. 집중하면 기억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뒀어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잘 모르겠어요. 의미가 없어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말이에요. 억겁이 흐른 느낌이에요. 다행인 것은 지루함도 느낄 수 없다는 거예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원자핵과 양전자 파동을 신기해하며 세다 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춘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내가 다시 어떤 존재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불규칙하던 원자 배열이 균일해졌어요. 눈은 없지만 끊임없이 부딪혀오는 광자 파동으로 차츰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방법을 배우는 데에도 오래 걸렸어요. 난 알 수 없는 어느 황량한 별,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있어요. 난 작은 돌멩이예요. 괜찮냐고요? 그럼요. 지금 나는 무얼 할 필요도,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여기 있어요. 내가 별이고, 내가 우주고, 내가 세상이에요.
그래요. 바로 그 단 하나의 밤이 나를 온 세상으로 만들었어요.
제목에 달아둔 문장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지은 송가에 나오는 시구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하나의 밤 una nox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유명한 어떤 영화에 나오는 돌멩이가 생각나서 끄적여 봅니다. 요즘 제 삶이 그 돌멩이랑 비슷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