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과 죽음 사이의 균형

소소한 일상 #2

by 라라라

철학이나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균형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는 불안정한 것으로 보며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개념입니다.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는 주변 물질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옮겨주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대부분이 그러한 움직임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것은 차가운 시베리아 공기의 압력이 높아 따뜻한 태평양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귀여운 꽃망울이 때를 잊지 않고 움트는 것도 1억 5천만 킬로미터라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머나먼 거리에서 활활 타오르는 태양에서 넘쳐 흘러나오는 플라스마가 차가운 지구를 데워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인생도 같은 원칙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생물학적 관점의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내가 가진 정보를 DNA에 꼼꼼히 기록해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부모의 본능으로 세상에 태어났구요. 성장과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얻기 위해서 빽빽 울음을 터뜨려 모유를 얻어먹고 부모를 일터로 내몰았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별반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하고, 그러면서 몸에 쌓인 피로물질을 해독하고 두뇌에 입력된 정보를 차곡차곡 장기기억으로 옮기려고 잠을 자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의 부모가 겪었던 생물학적 한계점의 위기를 똑같이 겪게 되고, 결함이 없고 우수한 신체를 가진 이성을 찾으려는 충동에 휩싸이고 맙니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결심하지 않는 한 어느 한 가지도 자연스럽게 거르지 못합니다.


높은 곳, 예를 들면 하늘에서 무언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일단 하늘 높이 올라가려면 에너지가 엄청 많이 듭니다. 더 이상 높은 곳에 머물 만큼 에너지가 없다면 낮은 곳으로 떨어지겠지요. 그런데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거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 행동은 에너지 균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아니면 자기 내부에 무언가 다른 것이 너무 많이 쌓여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 것일까요? 보통은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면 이뤄져야 할 균형이 도통 이뤄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상태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요. 애초에 “엉뚱한 별에 착륙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겠지요. 다른 행성으로 가야지요. 그래야지요.


당신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균형을 잘 이루고 있나요? 아니면 에너지를 잃거나 너무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감당하기 어려운가요? 늘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나 사무실, 어느 곳이든 함께 공간을 나눠 쓰고 있는 이들이 균형을 잃고 있지는 않나 말이지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저쪽으로 몸이 기우는 그들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더 길고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한 에너지(알코올)가 필요하기에 여기에서 마무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음식과 말 섞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