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을 잡으러 갈까요?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마 분류하려고 생각하거나 펜을 드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짓수만큼이나 기준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특정한 형태로 또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드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게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일 수도 있고, 사회가 강제하는 도덕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 형식적이고 구체적이며 강제성을 가지는 형태가 법률이 되겠네요. 여기서는 그걸 한데 모아서 규칙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남과 만나는 모든 접점에는 묘하게 규칙이란 것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정했는지 모르게, 항상 우리보다 먼저 똬리를 틀고 앉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그 녀석들을 걷어차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못하지요. 보통은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노골적인가? 돌려서 이야기를 하자면 언젠가 그런 규칙들이 내가 불편한 순간에 그 까슬까슬함을 덜어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두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고분고분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걸 거부하는 사람과 그런 규칙들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저 거부하는 사람 이야기를 해 볼까요? 거부하는 이유는 물론 가지각색입니다. 그냥 싫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싶어서 그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많은 분들이 그런 규칙이 정해진 이유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거나 다른 대안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안 된다고 여기는 거지요. 이런 규칙을 정하다니 도대체 제정신이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면 머리에서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을 토해낸다는 거야? 미친 X.
하지만 많은 경우에 그 분노와 조롱과 비아냥을 토해내고 돌아서서 규칙을 따르게 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들과 다르게 또는 남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딴판으로 행동했을 때 뒤따를 끔찍한 시선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되거든요.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만 살 것도 아니고 말이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지만, 나는 내일도 옷을 주섬조섬 챙겨 입고 그놈의 전철에 몸을 실어야 하니까요.
제일 끔찍한 사람들은 바로 그런 규칙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법률가, 국회의원들을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속한 울타리 안에서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런 이유가 있어서 하지 말아요 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겁니다. 그런 부류를 가리키는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파리대왕"입니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폭력과 억압으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속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못돼 먹은 것은 말이에요, 그런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 바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람이 주인이고, 그걸 따라야만 하는 즉,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이 바로 노예라는 걸 말이지요.
저는 노예가 싫습니다. 너무너무 싫습니다. 규정과 규칙을 정하려는 의도가 너무 악의적이고, 그걸 도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어리석고 왜곡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곁에서 너무 오래 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언컨데, 자신이 몸을 걸치고 있는 모든 세상 접점을 찬찬히 살펴보아 주세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남들로 하여금 특정한 단어를 말하지 못하게 금하고,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눈에 거슬린다고 핀잔을 주며 막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그리고 괜찮다면, 그런 사람들을 무리에서 몰아내세요. 하지만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이 그 파리대왕 자리를 차지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것만 명심해 주세요. 그럼 제가 당신 곁에서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