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 단어: 성실, 의무, 규칙, 강제, 피곤, 삶, 우선, 좋은 사람, 미래, 성장, 희망, 꿈, 경쟁
반대 단어: 게으름, 번아웃, 자유, 미룸, 나중, 나쁜 사람, 정체, 무관심, 꿀, 현재, 나
아주 어린 시절로 기억합니다. 아마 명언집 같은 평범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제목을 가진 책이었을 겁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요상한 물건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냥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었어요. 맛있는 떡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마침 동생이 들어와서 배가 고프니 그 떡을 달라고 한다. 나도 배가 고프다. 하지만 너는 그 떡을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이다. 뭐 이런 말 같지 않은 것들 말이죠.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희생보다 더 큰 보상이 미래에 주어질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였어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불끈 솟았습니다. 날 뭘로 보고 이따위 이야기들을 적어 놓은 거지? 내가 무슨 조삼모사 고사성어에 나오는 원숭이도 아니고 말이야. 그깟 떡 안 먹는다 안 먹어. 동생 다 먹으라고 그래. 내 참 더러워서 말이야. 먹고 싶은 것을 참으라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걸 주라고? 공짜로? 아니지, 미래에 무언가 보상이 있을 거라고 하니까 공짜는 아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무슨 말 같지 않은 기부를 하라는 거야?
하지만 저는 그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살았습니다. 그 책 마지막 부분에 적혀있는 황당한 문구들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당신은 이 책에 적힌 내용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량하고 자애로우며 도덕덕인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당신은 내가 말한 것을 대부분 따라야 한다. 간혹 바보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참아라. 어쩔 수 없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내가 요구한 행동들은 대부분 선택이나 갈등 상황들 속에서 일관되게 편향된 것들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신 앞에 놓이게 될 대부분의 선택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이해한다. 당신도 사람인데 분명히 '해야 할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고르고 싶어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만'을 고르는, 아니,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부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해야 할 것'을 고르는 선택이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심지어는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그 선택을 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그래야만 이 세상은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더 평온해지며,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기해라. 당신이 바로 그걸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그 사람이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