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행복한 고양이가 되기 위한 bucket list
"냐~~~ 아암~"
귀 끝부터 발끝까지 기지개를 쭈욱 켜고, 햇살이 가장 잘 드는 곳으로 냥슬렁.
차가웠던 공기가 어느새 따스한 볕에 녹아드는 계절이 왔어요.
식당사람들도 장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침.
그들의 먼지 나는 청소가 끝나는 걸 기다려요.
나는 식당 앞 계단에 앉아 따스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여유 있는 몸단장을 시작해요.
‘쓱쓱- 쓱쓱——’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내 혀가 닿지 않는 얼굴은 앞발에 침을 발라 눈 주변부터 쓱쓱 닦아요.
내 성에 찰 때까지.
고양이 세수라고 우습게 보지 마세요!!
밤새 생긴 눈곱, 입 주변의 냄새가 싹 사라지는 마법 같은 고양이 세수니까요.
"냐앙~ "
따뜻해진 날씨에 나도 덩달아 설레네요.
음냐옹… 오늘은…
3월의 새 출발 하는 마음으로
나의 버킷리스트를 한번 적어볼까 해요.
'나의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뭐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나름 소소한 것들일지도 몰라요.
사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고요함이 가장 좋아요.
그래도 버킷리스트니까, 욕심 조금 더해서 적어보려고요.
— 행복한 고양이가 되기 위한 bucket list —
1. 하루하루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뒹글뒹글, 방해받지 않기
2. 내 영역에 다른 친구가 찾아와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기
3. 깨끗한 물 + 사료 + 간식 배불리 먹기
4.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안락한 집 구하기
5. 언젠가 다시 찾아올 꼬물이들을
끝까지 지켜내기
6. 기회가 온다면,
마음이 통하는 집사 채용하기
7. 만약, 집사 채용에 성공한다면!
아직 모르지만, 미래의 꼬물이들까지 덤으로 선물하기
8. 진심으로 행복한 골골송 부르기
9.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되어
행복을 선물하기
( 맛동산과 감자는 덤이구요 >..< 훗 )
10. 행복, 사랑, 따스함을 지닌
친절한 고양이로 살아가기
…
이 모든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덕을 차곡차곡 쌓다보면,
언젠간 나에게도 ‘봄날’이 오지 않을까요?
2021년 3월의 따스한 봄날.
* 브런치북 [덕을 쌓은 고양이]를 함께 읽어보세요. 길 위의 고양이였던 미덕이가 집사부부를 만나 집냥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