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양이 밥그릇의 주인
“우~~ 냐~~ 옹~”
요즘은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점점 더 몸이 나른하고 찌뿌둥해요.
이런 날은 내가 찜콩해 둔 명당!
‘평평하고 넓은 시원한 돌판’ 위에 누워
지나가는 사람들, 빵빵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가끔씩 날아와 푸드드 흙목욕하는 짹짹이를 구경하는 게 딱 좋아요 :)
“우냥..”
얼마 전 일이에요.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이제는 말끔히 사라졌어요.
“냥~”
인간들은 우리 고양이들의 큰 울음소리를 들으면,
왜 저렇게 울어대냐며 불만을 품고 악담을 퍼붓기도 해요. ㅡ..ㅜ
우리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들이니까, 조금은 이해를 해보려고요.
날이 따뜻해지면, 나 같은 암컷 냥이들은 새끼를 갖기 위한 준비를 해요.
이건 본능적인 거라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 암컷 냥이들은 발정기가 되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극한의 고통이 찾아와요.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주 날카롭고 큰 소리로 울어대는 거예요.
그래야만 이 울음소리를 듣고 수컷 고양이가 나에게 찾아와 주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나에게도 수컷냥이가 찾아왔어요.
그 뒤로는 나를 괴롭히던 고통이 싹 사라졌고요.
우냐옹~아마도…
내 뱃속에 또다시 아가들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
요즘 좀 뜸하던 두 인간이 나를 보러 왔어요.
나에게 ‘미덕’이란 이름을 붙여준 그들이에요.
나도 편의상 ‘똥글이와 배뽈록 길쭉이’라고 부를까 봐요.
나를 보더니 ‘배가 좀 옆으로 볼록해진 거 같다’며 걱정스레 바라보더라고요.
그나마 눈치가 빨라 보이는 ‘똥글이’가 나의 임신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아요!
“냐~하~~ 아암”
하루종일 잠이 쏟아져서 시원한 돌판 위에서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었어요.
또 ‘똥글이와 배뽈록 길쭉이’가 나를 찾아와 부르네요.
나는 또 맛있는 츄르를 주나 해서 쪼르륵 나가 반가운 인사를 해요.
그런데, 이번엔 ‘하늘색 물고기 모양의 그릇’에
‘동글동글하고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 무언가를 담아 주는 거예요.
나에겐 ‘츄르’도 잊을 수 없는 신비한 맛이었는데,
이건 ‘오독오독 씹는 재미도 있고, 왠지 더 배부른 맛’이 랄까요 :)
오늘은 좀 횡재 한 날인 것 같아요!
내 뱃속의 아가들에게 좀 더 걱정 없이 배부르게 영양을 채워 줄 수 있으니까요.
물고기 모양 접시옆에 ‘달콤한 맛이 날 것 같은’ 깨끗한 물도 놓아줬어요.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더니, 무척이나 흐뭇해하네요 ;)
이제는 나에게도 ‘진짜 그릇’이 생겼어요!! :)
그릇 안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어느새 또 찾아와 ’ 오독오독 씹는 맛이 최고인 비릿한 것‘을 한껏 담아주고 가겠지요?!
사실, 나 혼자만의 기쁨은 아니에요.
“흠냥…”
벌써 소문이 났는지
동네 친구 냥이도 몰래 와서 먹고,
부지런한 개미들도 줄지어 대기 중이더라고요.
요 녀석들은 그다지 달갑지 않네요;;
그리구,,,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귀여운 짹짹이도 왔어요.
내가 짹짹이를 사냥만 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에요.
난 말이죠~ 아무나 헤치지 않는 친절한 고양이거든요.
그저 놀이 삼아 재밌게 지켜볼 뿐이에요.
그나저나 또 잠이 쏟아져 안 되겠어요. >,,<
아 참, 내 생에 최초로 ‘진짜 그릇’이 생겼으니,
이 감동을 잊기 전에 기록해 둬야겠어요.
<< 집샤 후보자 - 베스뜨 빠이브~ >>
넘버 원, 식당의 이쁘니 알바생
( 손님들이 남기고 간 오리고기를
틈날 때마다 나에게 제공해 줌 )
넘버 튜, 식당 주차요원 아재
(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나를 내쫓지 않고 가끔 예쁘다고 해줌 )
넘버 쑤리, 똥글이와 배뽈록 길쭉이
( 츄르와 오독오독한 먹거리, 물까지 제공.
특히, 내 취향을 고려해 물고기 모양 그릇을
내어준 센스에 가산점!! )
넘버 뽀, 아직 미정
넘버 빠이브, 아직 미정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고, 몸도 더 찌뿌둥해지네요.
이제는 시원한 풀숲에 몸을 숨기고
나만의 시간을 좀 보내야겠어요~
그럼 오늘은 이만!
“냥!”
2021년 8월의 무더운 여름날.
* 브런치북 [덕을 쌓은 고양이]를 함께 읽어보세요. 길 위의 고양이였던 미덕이가 집사부부를 만나 집냥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