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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Mar 30. 2024

우르르 쾅쾅 소란스러운 여름밤, 지혜로운 고양이

#4. 끝나지 않는 장마가 싫어요.

 ”냐앙!! “

이놈의 비…..!!!

올해는 무덥고 축축한 여름날이 너무나 길어요.

무엇보다 자꾸만 무거워지는 몸 때문에

가볍게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러운 요즘이거든요.


내가 지내는 이곳엔 작은 정원이 있어요.

나무와 숲이 있고,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도 있어요.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뜨거운 해를 피하기에 아주 좋아요.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축축하게 비라도 내리면…

더욱 습하고, 꿉꿉하고, 질퍽거려서

깔끔쟁이 나에겐 쉽지 않은 날이에요.

어디 하나 몸을 편히 누울 곳이 없어지거든요.


며칠째, 요란한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어요.

‘우르르 쾅쾅!!! 번쩍번쩍  난리예요. >, < ‘

‘휘잉~휘이잉~~~~’

나뭇가지도 정신없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흔들려요.

난 소리에 무척이나 예민해서 이런 날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요.ㅜ

길 위의 고양이라고 해서 이렇게 짓궂은 날씨에 익숙한 건 아니랍니다.


식당문이 닫히고,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비라도 내리면

어디서 이 긴긴밤을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요.

물론, 나는 상황대처에 익숙한 길 위의 고양이라서

어떻게든 비 피할 곳을 찾아 나설 거예요.

하지만… 꿉꿉하게 젖어가는 몸은 어쩔 수가 없어요.

축축해진 털을 열심히 핥고 또 핥는 수밖에.


“아옹……”

오늘은 쉴 새 없이 장대비가 내려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요.

내 뱃속의 아가들을 지키려면,

이곳에서 가만히 머무는 게 나을 것 같거든요.

‘꾸르륵…..’

배가 많이 고프네요.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그런지…

‘똥글이와 배뽈록 길쭉이’가 보이질 않네요.

뭐, 그럴 수도 있죠.

내 생각이 좀 나려나~~

그나저나 비가 좀 그쳐야 할 텐데, 밤이 좀 기네요.

오늘밤은 세찬 빗소리를 들으며,

아가들을 위한 태교 명상이나 해야겠어요 :)

이런 날은 모험하지 않는 게 최고니까요~!!

“냐앙~”



2021년 8월. 세찬비가 짓궂게 내리는 날.



* 브런치북 [덕을 쌓은 고양이]를 함께 읽어보세요. 길 위의 고양이였던 미덕이가 집사부부를 만나 집냥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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