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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리작업실 Apr 06. 2024

고양이 집사 채용 중 ;)

#5. 집사의 자격!!

"냐아__"

드디어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상쾌한 아침햇살이 반겨주는 날이 왔어요.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질퍽해진 흙길을 따라,

오늘도 어김없이 식당 앞마당으로

냥슬렁 냥슬렁~

꿉꿉하게 젖은 털을 보송보송~

가지런히 단장하기에 딱 좋은 날씨예요 :)


매일매일 같은 곳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랍니다.

조금씩 커가는 뱃속의 아가냥들에게

조금 더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하루하루 이렇게 별일 없이 보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일 거예요 ;)


"냐~앙"

오늘은 '진짜 밥그릇'을 선물해 준 '똥글이'가 찾아왔어요.

비도 많이 왔는데, 밤새 잘 보냈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오독오독 씹는 맛이 최고인 먹을 것을 가득 담아 주었어요.

덕분에 오늘은 배부르게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식당현관 구석에 들어가 잠을 잤어요 :)

'사람들 눈에 띌까? 내쫓지는 않을까? 싫어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행동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보다도,

뱃속의 아가들이 건강하게 잘 크고,

안전하게 보내는 것이

요즘 가장 중요한 일상 중에 하나랍니다 :)

그리고...

또 하나, 얼마후면 태어날 아가냥들을 위해

집사를 채용하는 일이에요.

사실, 후보자가 많지 않아서 고민이지만요.


"..... 냥..."

이번에 찾아온 아가들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요.

내가 언제까지 책임지고 지켜줄 수 있을지...

아가들이 건강하게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나는 또다시 엄마가 되었으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착하고 책임감 있고, 정 많은 집사를 채용해 보려고 해요.

음... '고알못(고양이에 대해 모르는)'이어도 괜찮아요.

나로 인해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면 말이에요.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집사의 자격이 되지 않을까요?


가장 먼저, 마음속에 찜콩해 둔 집사 후보 중에

'똥글이와 배뽈록 길쭉이'를 테스트해 볼 생각이에요!

나의 임신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거의 매일같이 나를 보러 와주거든요.

츄르는 물론, 배부른 사료까지 넉넉히 담아주고 가는 걸 보면,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들인 건 확실해 보여요 :)

아가냥들이 세상에 나오긴 전에 집사 채용에 성공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예요.

오래만에 날씨도 좋으니,

모자랐던 잠을 좀 더 자야겠어요 :)

꿈속에서라도 나의 집사를 만나는 상상을 해보려고요.

달콤하고 기분 좋은 단잠을 잘 것만 같아요…!


"애옹~~~"



2021년 8월. 비 온 뒤 햇살 가득한 날.



*브런치북 [덕을 쌓은 고양이]를 함께 읽어 보세요. 길 위의 고양이였던 미덕이가 집사부부를 만나 집냥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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