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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맘 Oct 26. 2020

결혼식장에서 본 눈물


최근 가족과 함께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결혼식장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바로 전 달만 하더라도 거리두기 2단계여서 친척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는데, 그 사이 확진자 수도 점차 줄어들고 도서관을 비롯한 주변 공공시설들도 차츰 개방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신부가 되는 여성분은 머리 위 화려한 왕관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드레스를 입고 수줍게 앉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결혼식장에 오면 난 항상 두 가지가 제일 궁금하다. 첫 번째는 신부가 예쁜지, 두 번째는 밥이 맛있는지

물론 신부의 외모만 보는 건 아니다. 신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헤어스타일, 웨딩드레스, 표정 등등 약 5초 안에 내 눈은 빠르게 이 모든 걸 스캔한다. 이래서 단순한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는 복잡한 존재인 걸까.​

늘 그렇지만 대부분의 신부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이었다. 오늘도 수줍게 미소를 띤 채 앉아있는 신부를 보며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그 설레임이 나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8년 전, 이른 아침에 일어나 한껏 치장을 하고 멋진 드레스를 입고 수도 없이 거울을 보았던, 그 날의 신부였던 나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남자 친구가 지금처럼 늘 나를 사랑해주고 옆을 지켜줄 것 같은 그 믿음으로 행복을 꿈꾸며 결혼식장의 카펫을 밟았다. 늘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연애와 결혼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저 때는 몰랐었다.

물론 지금의 남편과는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ㅎㅎ

어쩌면 그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결혼이 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마치 입을 다문 채 지어진 신부의 수줍은 미소처럼.

결혼식이 곧 시작되고, 양가 부모님들이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유독 신부의 친정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식 축가가 시작되고, 신부의 친정엄마는 계속 눈을 깜빡였다.


처음에는 눈에 뭐가 들어간 줄 알았으나 곧 눈물을 참으려고 수없이 눈을 깜빡거림을 알 수 있었다. 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눈물을 삼키려는 그 마음이 느껴지자 내 눈시울도 같이 붉어졌다. 그리고 나도 같이 울었다.

전에는 신부 입장에서 부모님 곁을 떠나게 되는 그 마음에 신부와 같은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는데,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친정엄마가 없다 보니 다른 친정엄마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를 통해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하셨겠구나, 이런 마음이시겠구나 라고 나 혼자 상상을 하곤 한다.

딸을 시집보내는 이 기쁜 날에 조금이라도 딸이 마음 편하게 식을 올릴 수 있도록 갖은 애를 쓰며 울음을 삼키는 신부의 친정엄마를 보면서 나의 친정엄마를 떠올렸다.


내가 결혼식을 올린 땐 이모가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주셨지만, 엄마가 계셨다면 바로 저런 마음이셨겠구나 라고 상상을 하며 내 결혼식에 오지 못한 엄마의 ‘그 마음’을 그분의 깜빡거리는 눈을 보며 친정엄마의 마음을 계속 느꼈다.

축가가 시작되고 다음 단계가 진행되었지만 나는 오로지 신부의 친정엄마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마치 8년 전 결혼식장에서 내가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었던 내 친정엄마의 마음을 그분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간절한 심정으로 그렇게 나는 ‘엄마를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사랑받는 딸이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싶었던 게다.

신랑 신부가 신부 측 부모님과 인사하는 시간이 되자, 친정엄마는 마지막에 두 팔 벌려 딸을 꼭 안아주었다. 딸을 떠나보내는 그 애틋한 마음으로.

나의 엄마도 27년 동안 지지고 볶고 싸우고, 애써 키운 나를 떠나보낼 때 저렇게 두 팔 벌려 힘껏 안아주셨을 테지?

마침내 옆에 앉은 8살 큰 딸을 보며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엔, 내가 저 자리에 앉아 내 딸을 저렇게 떠나보내겠지.라고 생각하자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그때  저 자리에 내가 앉아있어야 하는데 라는 심심한 걱정을 뒤로한 채,

내 발걸음은 유유히 뷔페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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