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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13. 2018

그냥 자연 습성 그대로 놔두는 거야

백봉 오골계

안동에서 만난 마을 이장님은 닭을 키우고 계셨다. 이장님이 '친한 동생'이라고 부르시는 아버님 한분이 계셨는데, 이분 역시 닭을 키우셨다. 나는 이장님의 소개로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양계장에 가볼 수 있었다.


"우와 닭이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네요?"


"아주 자유롭지?"


이곳에선 하얀 털에 검은색 벼슬이 특징인 '백봉 오골계'가 자연 방사 형태로 키워지고 있었다.

백봉 오골계

백봉 오골계라는 닭은 일반 닭에 비해 크기가 작고, 날렵한 게 특징인데, 겁이 엄청 많은 편이라 모르는 사람이 다가가면 이리저리 꽁무니를 빼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아버님, 얘네들 잠잘 시간 되면 어떻게 집(비닐하우스)으로 들여보내세요?"


"닭들은 해가 지면 각자 알아서 집으로 들어가"


아버님은 아침과 저녁, 하루 2번씩 이곳에 들어와 닭이 낳아놓은 달걀을 가져가는 것이 하루의 일과 중 하나라고 하셨다. 나도 마스크, 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아버님과 함께 들어가 보았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잠시 닭들의 세계에 내가 끼어든 느낌이었다. 

여기가 얘네들 집이다

닭들은 비교적 따뜻한 곳에 알을 낳고, 그 자리에서 계속 알을 품고 있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까만색 통이 닭이 알을 품고 있는 장소다)


나는 닭들이 모여있는 곳에 손을 집어넣어 달걀을 하나둘 빼냈다. 처음 해보는 달걀 수집(?)에 살짝 긴장된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집어넣었다. 콕콕콕. 닭이 나를 공격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따끔거리는 닭 부리 공격에 깜짝놀랐다. 하지만 계속 알을 줍기 위해 손을 넣다보니, 그들의 공격에도 금방 익숙해졌다. 


조심스럽게 달걀을 줍는 모습

자연 방사로 키우는 닭이다 보니 항상 같은 장소에만 알을 낳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알을 찾느라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세히 살펴봐야 했다.


"계란이 여기저기 정말 많네요"


"그럼 많지. 잘 찾아다녀야해"


"판매는 잘 되시는 편인가요?"


"가격이 일반 계란이랑 비교하면 조금 비싼편이라... 아직은 찾는 곳에서만 찾지. 백봉오골계가 많이 없기도 하고, 무정란이 아니라 유정란이기때문에 더 비싼편이야"


유정란? 무정란? 많이 들어봤는데 사실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어서, 차이점을 여쭈어보았다.


"유정란은 수탉과 암탉이 교미를 해서 나온 알로, 부화가 가능한 알이고, 무정란은 암탉이 혼자 낳은 알로, 부화가 불가능한 알이야. 많은 사람들이 유정란과 무정란을 구분도 안 하더라고"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는 부화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로 구분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 방식이었다. 유정란을 얻기 위해서는 아버님처럼 닭을 풀어놓고 키워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계 농가에서는 오직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아주 좁은 케이지(Cage) 안에 넣고, 사료만 먹이면서 평생 달걀만 낳는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움직일 수 없는 닭은 병에 약하기 때문에 항생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여 병을 예방한다고 한다.(이와 관련하여 생긴 것이 살충제 계란 파동이었다)


"어떻게 자연 방사 형태로 키우게 되신거예요?"


"동물 복지에 관심이 생겨서, 내가 키우는 오골계도 자연에서 키우고 싶어 시작하게 됐지"


"그럼 자연 방사 형태로 키우시면 힘든 점은 없으세요?"


"오히려 더 쉬워. 그냥 먹이 줄 때 먹이 주고, 한 번씩 잘 살펴주면 되거든. 그냥 자연 습성 그대로 놔두는 거야. 우리는 살충제, 항생제 전혀 안 쓰거든. 닭이 그냥 돌아다니면서 흙 목욕하면서 진드기도 떨어뜨리고... 뭐 고유 습성대로 키우면 약을 쓸 필요가 없어."


"대신 생산성이 떨어지지. 그래서 가격이 비싼 거고."


그냥 자연 습성 그대로 놔두면 돼

국내 유통되는 계란의 95%는 무정란이다. 대부분의 양계 농가에서는 효율적이고 빠른 생산을 위해 닭을 케이지에 가두고 달걀을 생산하도록 한다. 이렇게 나온 게 무정란이다. 무정란이 전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무정란 중에서도 항생제나 산란촉진제 같은 것이 쓰이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유정란이 무조건 좋은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영양적 가치가 높다고 말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계란을 선택할 때 조금은 고민이 될 것 같다.


2018.07.02-07.08

경상북도 안동에서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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