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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21. 2018

43도?

2018년 여름을 강타한 무더위

'덥다. 하... 그냥 덥다...'


경북 청도에서 만난 이장님이 '경북 경주'의 한 농가를 소개해주셨다. 청도를 떠나는 날 아침, 어머님은 아쉬운 마음에 나를 청도역까지 태워다 주셨다. 

"어머님, 저 갈게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고 다음에 청도 꼭 한번 놀러 와~"

어머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기차역으로 들어가 표를 구매했다. 목적지는 경주가 아닌 '영천역'. 경상북도의 제사상에 꼭 올라간다는 '돔배기'를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돔배기는 경상북도 영천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상어 고기를 토막 내어 포를 떠서 소금에 절인 음식이라고 한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갔던 나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 경주로 향하는 길에 천을 들르기로 했다. 더운 날씨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뭐 잠깐이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기차가 도착하고 나는 좌석으로 향했다. 며칠간 일하느라 피곤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


정말 잠깐 눈을 감았다 뜬것 같았는데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 쎄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역은 서경주. 서경주역입니다"


맙소사. 영천역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개받은 농가에 가려면 어차피 서경주역에 와야 했기 때문에 바로 내리기로 했다. (돔배기는 나중에 먹는 걸로...)


경주역에 내린 시간은 한창 더울 낮시간이었다. 더운 느낌 보단 따가운 느낌이 강했다. 가방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일단 늦었지만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점심보단 햇빛을 피할 곳이 필요했다) 식당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배차 간격이 한 시간이 족히 넘는 버스였다. 

경주시, 38도.

'더운데 언제 오는 거야...'


약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반가운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를 달려 목적지 농가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오늘 날씨가 너무 덥네요"


"안 그래도 오늘 너무 더워서 방금 전까지 쉬다가 이제 일하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에서 일할 수 있겠어?"


"(아...) 그럼요!" 


"저기 일하고 있는 친구 있을 거야. 저 친구랑 같이 일하면 돼"


아버님은 나에게 캄보디아에서 온 '릴리'라는 친구를 소개해주시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알려 주셨다. 일을 시작한 시간이 오후 4시. 그나마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낮아진 것이라고 하셨지만, 하루 종일 햇빛의 열을 간직한(?) 비닐하우스 안은 정말 더웠다.


'덥다... 그냥 막 덥다...'


나는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릴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릴리, 덥지 않아요?"


"괜찮아요"


뭐지 저 기계적인 리액선은? 정말 괜찮은 건지 괜찮다는 말이 입에 붙은 건진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더운 비닐하우스가 익숙해 보였다. 나중에 친해져서 알게 된 것이지만 릴리도 비닐하우스 안은 정말 덥다고 했다. 그래도 추운 것보단 낫다고 했다.


잠깐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날 작업을 끝내고 아버님과 함께 티비를 보는데 뉴스에서 '오늘 역대 최고 기온'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왔다.


"오늘 경북 영천의 기온 43도로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43도? 영천?'


기차에서 잠들어 영천을 피해온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2018년 여름, 정말 제대로 겪는다.


2018.07.24

경북 청도에서 경주로 이동하는 날.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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