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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16. 2018

그 이름 그대로 '잔치국수'

마을 잔치엔 역시 

"어머님 제가 할게요!"


"칼질할 줄 알아?"


"네,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할게요"


송송송.


시끌벅적한 경상북도 칠곡군의 한 마을회관. 내가 이곳에 도착한 날, 마침, 마을회관에서 팔순잔치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하고, 춤도 추시고, 노래도 부르시느라 회관에는 흥이 넘쳤다. 팔순 잔치가 끝나갈 무렵, 마을 회관에는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남아계셨다. 이장님은 저녁 시간이 다 되었으니 잔치국수라도 같이 먹고 끝내자고 말씀하셨다.


이장님 말씀에 동의한 마을 어머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나도 어머님들을 돕기로 했다. 먼저, 큰 솥에 각종 재료를 넣고 육수를 끓였다. 한쪽에선 고명에 사용될 재료를 썰고 계셨다.

고명에 사용될 재료 준비 중

"어머님 제가 할게요!"


"칼질할 줄 알아?"


"네,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할게요"


송송송. 이럴 땐 칼을 쓸 줄 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 도움이 되니. 호박, 당근, 양파, 김치를 썰어 준비하고, 프라이팬에 볶아냈다. 볶아낸 재료들은 한 곳에 잘 식혀두고, 면을 삶았다. 양이 많으니 두 번에 나눠 면을 삶고, 물기를 털어냈다. 그릇을 가져와 면과 고명을 담고, 잘 끓여진 육수를 담아 어르신들이 계신 방으로 가져갔다.

그릇에 면과 고명 준비하는 중

"국수 왔습니다~"


"아이고, 젊은 총각이 고생하네"


"에이, 어머님들이 다 하셨는데요."


"맛있게 드세요~"


서빙을 끝내고 국수를 준비하신 어머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내 앞에 그릇 가득히 엄청난 양의 잔치국수가 준비되어있었다. 

잔치 국수

"많이 먹어~"


"네, 안 그래도 엄청 많이 주셨어요.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마을 어르신들과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여기 마을 주민분들은 서로 굉장히 친하신 거 같아요"


"우리 마을은 이런 잔치도 자주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여행도 같이 가고, 마을 사진전 같은 행사들도 많이 하니까"


이  마을은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우수 마을로 꼽힌 곳으로, 마을 자체적으로 행사를 정말 많이 하는 곳이었다. 어르신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여는 사진전,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등 마을 이장님을 중심으로 그 어느 시골 동네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 분위기가 다른 마을보다 더욱더 활기차고, 마을 사람들끼리 친밀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잔치 국수를 나눠 먹으며, 마을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름 그대로 잔치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렸던 잔치 국수. 그 어느 잔치국수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2018.07.17-07.20

경북 칠곡군에서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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