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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Jan 11. 2019

마산식 아귀찜?

서울식과는 다른

마산에 온 이유는 뱃일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아귀찜을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뱃일을 구하기 위해 마산항에 나가 여러 군데를 수소문해보았지만 배를 태워준다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에이, 아귀찜이나 먹으러 가자'


마산 아귀찜 골목에 들어서니 눈에 보이는 모든 간판에 '아귀찜'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듯했다. 여기저기 '원조'라는 간판도 눈에 띄었다. 여러 가게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나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만화 식객에 등장했던 이곳은 아귀찜을 개발했다고 하는, 말 그대로 '원조'에 해당하는 가게였는데, 나는 이곳이 원조인지 아닌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조금 색다른 맛의 마산식 아귀찜이다'라는 평 때문에 꼭 와보고 싶었다.


자리에 앉자 동치미 한 그릇이 턱 하고 나왔다. 다른 반찬 없이 그냥 동치미 하나였다. 동치미 하나에서 패기가 느껴질 정도다. 밥 한 공기와 아귀찜을 주문하고 숟가락을 들어 동치미 국물을 떠먹어보았다. 달지 않고 깔끔한 맛이 할머니가 해주신 동치미 같다.


아귀찜과 동치미

이어 내가 주문한 아귀찜이 나왔다. 겉모습은 일반 아귀찜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귀가 작다. 마산식 아귀찜의 특징은 생아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잘 말린 건아귀를 사용한다고 했다. 밥 한 숟가락을 크게 입에 넣은 다음, 콩나물과 아귀를 함께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잉?'


정말 기존의 아귀찜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먼저 아귀찜하면 보통 매콤한 맛을 떠올리는데 이곳의 아귀찜은 전혀 맵지 않았다. 오히려 된장의 향이 강하게 났다. 나중에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아귀를 불리고 익힐 때 된장 육수를 사용하신다고 하셨다. 덕분에(?) 이곳의 아귀찜은 매콤 달달한 맛이 아닌 쿰쿰한(?) 맛이 났다. 정말 생각했던 맛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또한, 녹말가루를 풀지 않고 양념에 버무려 나오기 때문에 걸쭉한 느낌도 아니었다.


'아 이래서 색다른 아귀찜 맛이라는 건가?'


건아귀살

가장 특이한 점은 식감이었다. 건아귀는 생각보다 더 질기고 딱딱해서, 우리가 흔히 먹는 부드러운 아귀살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이곳이 건 아귀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원조니까 맛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온다면 분명 후회할 것 같은 맛이었다. 그만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았다. (나는 뭐든 잘 먹어서 그런지 입맛에 잘 맞았다)


사실 예전에 아귀라는 생선은 그물에 잡히면 재수 없다고 하여 다 버려졌던 생선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귀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렇게 버려지던 아귀를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다 미더덕찜처럼 만들어 보자 해서 만든 게 아귀찜이고, 바로 그 아귀찜이 이곳 마산에서 시작되었다는 썰이다.


후에 마산의 아귀찜이 유명해져, 전국 각지에 퍼졌고, 인천이나 서울에서 녹말가루를 이용한 매콤하고 달달한 아귀찜으로 발전하여,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서울식(?) 아귀찜, 즉 매콤하고 자극적인 아귀찜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이 집에 왔다가는 '원조가 왜 이래?', '원조라고 하는 집에 가봤더니 진짜 별로더라'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식감'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산에는 건아귀를 사용하던 마산식(?) 아귀찜 식당이 점점 사라지고, 생아귀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요에 의해 공급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수요에 의해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것은 환영이지만, 지역 음식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색을 점점 잃어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요즘은 어느 지역에 가나 모든 음식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되어가는 것 같다. 마산에 간다면 쿰쿰하고 정감있는 건아귀찜을 한번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12

경남 창원시 마산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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