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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Jan 31. 2019

알아서 잘 버텨주겠지

자연 농법으로 크는 돌배나무

경남 고성에 온 지 3일째. 이날은 태풍이 불어온다는 소식에 어머님 아버님이 장독대 뚜껑이 날아가지 않도록 장독대를 정비하고 계셨다. 그 이외에도 날아갈만한 것들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계셨다.


"돌배나무는 괜찮을까요?"


"알아서 버텨주겠지. 그저 잘 버텨주길 바라야지."


돌배란, 배의 한 종류인데 일반 배와는 크기 차이가 많이 났다. 마치 낑깡(금귤)처럼 크기가 작은 돌배는 '이것도 배인가?' 싶을 정도로 작고 귀여웠다.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해 오미자처럼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 배라 과일처럼 먹기보다는 주로 약용으로 사용된다고 하셨다.


돌배

"아버님 많고 많은 작물 중에 어떻게 돌배를 키우게 되신 거예요?"


"원래 약초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다음 조금 특색 있는 작물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돌배가 눈에 들어왔지. 그래서 약초의 개념으로 돌배나무를 심기 시작한 거야."


"아 그래서 농약도 안 하시는 거예요?"


"그렇지"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곳 고성에서 자연 농법을 이용하여 돌배를 키우셨다. '자연 농법'이란, 말 그대로 자연의 섭리에 맞게 농사를 짓는 것인데,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로 나무만 심어 놓을 뿐이지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으셨다.


"그래도 과일은 농약 없이는 힘들다고 들었는데, 최소한의 농약도 안 쓰시는 거예요?"


"응, 자네 혹시 잔류 농약 기준치라고 들어봤나?"

"네"

"농약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잔류 농약이라는 것은 수확한 과일에 농약이 남아 있다는 거잖아. 잔류 농약이 0.001퍼센트라도 남아있으면 농약이 있다는 거잖아. 뭐든 제로가 안전한 거야. 그런데 일정의 기준치를 두고 안전하냐 안전하지 않냐 하는 건데, 도대체 허용기준치가 뭘까?"


"예를 들어, 일본의 방사능 사건이 있지 않은가. 안전하다는 것은 0(zero)인데, 만약 어떤 과일에서 방사능이 허용 수치만큼만 나왔다고 하면 자넨 먹을 텐가?"


"음..."


"그러면 자연농법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건 어떤 게 있을까요?"


"늦지. 비료 같은걸 주면 수확량도 많아지고 빨리 크는데, 그런 걸 안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래도 우리는 돈을 목적으로 하기보단, 이곳에서 6차 산업. 즉, 식생활 교육을 하고 싶은 거야. 나중엔 우리의 마인드 자체가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은 농작물로 크게 돈이 안돼도 버티고 있는 거라."


사실 이곳은 아이들이 식생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도 있었다. 또한 어른들도 이곳에 와서 숙박도 하고, 천연 조미료를 이용한 음식도 먹으며 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황토집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는 사람들만 이용하다 보니 아직은 크게 입소문이 나지 않았고,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 잠시 중단되었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머물렀던 황토집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아버님, 어머님과 이야기하며 나눴던 모든 이야기들이 공부였고, 아직까지도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두 분이 가지고 계신 식생활의 가치관, 농사에 임하시는 자세를 미루어 보았을 때 이곳은 분명 훌륭한 교육장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농사와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을 갖게 해 주신 어머님과 아버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후에 이곳이 좋은 교육장소로 발전하길 바란다.




"아버님, 아버님이 생각하시는 농사란 무엇인가요?"


"농사는 생명이지. 생명 그 자체지. 농사가 없으면 생명이 끊긴 거나 마찬가지지."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21-08.24

경남 고성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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