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스쳐 지나간
고성에서 진주로 이동했다. 다음 농가로 이동하기 전 시간이 애매해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진주하면 바로 떠오르는 진주비빔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정보가 담겨있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진주 ㅂ'
바로 '진주비빔밥' 단어기 자동 완성됨과 동시에 추천 맛집이 나왔다. 여러 식당 중 시장에 위치한 한 곳이 끌려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음식점이 시장 안에 위치해 있으면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식당 외관부터 이곳이 오래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진주비빔밥 하나를 시키고 가게를 둘러보았다. 메뉴판의 글씨체, 가게의 테이블, 가게의 분위기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 저기 어디선가 옛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쟁반에 비빔밥과 반찬 그리고 선짓국이 함께 나왔다.
나는 먼저 선짓국을 한입 먹어보었다. 원래 선짓국을 좋아하는 편인데, 깔끔한 맛이 아주 좋았다. 진주비빔밥이라고 하면 육회가 함께 나온다고 알려져 있던데, 정말 밥 위에 육회가 올려져 있었다. 다른 재료도 잘게 다진 형태로 있어서 비빔밥이 아주 잘 비벼질 것 같았다.
젓가락을 들고 밥을 비비는데 밥이 재료와 잘 섞일 수 있도록 고슬고슬한 것이 특징이었다. 밥알 한 알 한 알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모든 재료를 섞기 전에 밥만 조금 먹어봤더니, 육수를 이용해 밥을 지었는지 밥이 감칠맛이 나고 맛있었다.
위에 올라간 고추장이 모든 재료가 어울릴 수 있도록 재료들을 다잡아 주었다. 잘 비벼진 비빔밥을 입으로 가져갔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슴슴한 맛이 꽤나 맘에 들었다.
나에게 진주비빔밥이 원조냐 전주비빔밥이 원조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진주비빔밥이 진주비빔밥만의 특색 있는 것이 좋았다.
탄생된 썰 역시 다양하지만,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만들었다는 설, 진주성 전투 때 성안에서 남은 재료와 소를 잡아 육회를 넣고 만들었다는 설 등) 특징적인 것은 비빔밥에 육회가 들어간다는 것인데, 소가 귀하던 시절 육회를 식재료로 쓸 정도로 진주는 양반들이 풍요롭게 살던 곳이 아니었을까?
재료 하나하나에서 내공이 느껴졌었던 진주비빔밥. 과거 누구에게 이렇게 정성이 담긴 음식을 올렸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24
경남 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