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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Apr 15. 2019

목사님의 꿈의 정원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탕탕탕!


위이이이이이잉~


"동영씨 이거 좀 잡아줘요"


"네"


오늘은 농사일 아닌  만드는 일이다. 합판을 자르고 각목을 덧대어 벽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목사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네~ 거기 조금만 자르고 그대로 붙이면 될 거 같아요"




전남 화순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시는 목사님은 교회의 거의 모든 시설을 직접 만드셨다고 하셨다.


화순에서 만난 어머님의(전편 참조) 소개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이곳이 교회라는 말을 듣고 놀람과 동시에 '교회라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잔디가 깔린 동산, 잘 지어진 교회 건물, 여기저기 앙증맞게 꾸며진 소품들. 이곳은 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목사님, 목사님이 이곳을  직접 만드신 거예요?"


"~"


교회 뒤편에 위치한 동산


사실 이곳은 예전에 복숭아 , 고구마 밭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목사님이 알고 지내시던 지인 한분 이곳을 헐값에 내주시면서 이곳을 아름다운 교회로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목사님이  제안에 응하셨다고 했다. 목사님은 이곳을 청소년들과 아이들이 편하게   있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건물을 짓고, 잔디를 심고, 주변 경관을 정리하셨다고 한다. 입구에서 정원까지 모든 곳에 목사님의 손길이 안 닿아 있는 곳이 없었다.

 

"목사님 어떻게 이 교회를 만들게 되신 거예요?"


"예전부터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이곳에는 청소년들이 맘편히 지낼만한 곳이 없어요.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학교를 가지 않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은데, 그런 친구들이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1인 야외 서재(왼편)


실제로  교회에는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도 있고, 초록 잔디가 넓게 펼쳐진 동산도 있어서, 주말 예배 시간 이후 방학기간에 아이들이 언제든 와서 밥도 해 먹고, 잠도 자고, 책도 읽으며 하루고 이틀이고 마음껏 쉬다 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목사님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다른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셨다. 최근에는 빈 공간에 카페를 만들어 커피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커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라고 하셨다. 교회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나서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카페가 있으면 그런 장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소까지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주변의 아무런 소음 없이 조용하기만한 이 시골 마을에서는 이러한 작은 기회들이 굉장히 소중해 보였다.



탕탕탕!


위이이이이이잉~


"목사님 여기는 무슨 공간을 만들고 계신 거예요?"


"여기는 예배 시간 이후 공과공부를 하거나, 아이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아 이런 작업도 다 목사님이 직접 하시는 거예요?"


"하하~ 직접 해야 조금이라도 아끼죠"



나도 목사님을 돕기 위해 장갑을 끼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주로 농가에서 농사일을 도와드렸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나, 교회에서 건물 짓는 일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최대한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어, 목사님 옆에 찰싹 붙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열심히 도와드렸다. 


목사님은 이런 작업이 익숙하다는 듯이 일에 몰두하고 계셨다. 


"목사님, 목사님은 정말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교회를 위해 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뭐 그렇게 보일 수 도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그래도 목사님을 보니까 저는 지금까지 너무 저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절대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나도 목사님처럼 남들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렵다면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목사님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셨지만, 누가 보기에도 자기 자신보다는 남들을 위해 살고 계셨다. 항상 남이 먼저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희생이 많아 보였다. 


이곳에서 목사님은 혼자서 여러 역할을 해야 했다. 목사님이자 수리공이자 정원사이자 교육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했다. 때문에 항상 바쁘게 움직이셨던 목사님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목사님에게는 항상 여유가 느껴졌다. 그 이유가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하고 싶은 일, 즉 청소년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시며 행복감을 느끼시는게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는 모든 일을 나를 위해서 해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을 도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9.11-09.13

전남 화순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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