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Jun 22. 2019

세대 교체의 필요성

임실치즈마을

'임실치즈마을'


 과거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님이 임실에 산양을 들여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임실은 국내 최대 치즈 생산지가 되었다.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한 마을에서는 이후 피자 만들기, 치즈 늘리기 등과 같은 체험 활동을 시작하면서 '체험학습장'으로서도 치즈마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임실 하면 곧 치즈가 떠오르는 것처럼, 임실은 명실상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체험학습마을 중 한 곳이다.

내가 처음 임실에 갔었던 2013년 초 겨울. 그 당시만 해도 치즈 마을은 간이 건물 같은 곳에서 비교적 작은 단위로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었던 으로 기억한다. 아기자기한 체험학습실 안에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자신의 치즈와 피자를 만들며 즐거워했었다.


2018년 10월. 연락을 하고 찾아간 임실치즈마을은 그전보다 훨씬 더 규모화 된 모습이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지어진 사무실과 체험학습실, 그리고 마을 뒤편엔 아주 큰 규모의 치즈마을 테마파크까지 들어서있었다. 예전 모습을 생각하고 찾아간 나는 새롭게 변화된 마을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정말 많이 커졌구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동영씨 잘 찾아왔어요"


이번 '시골 배낭여행'이 막바지에 이른 10월, 임실군에서는 매해 진행하는 '임실N치즈 축제'라는 지역 행사가 있었고, 때마침 치즈마을에서 축제를 도와줄 수 있는 스탭이 필요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축제 첫째 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축제에 필요한 짐을 옮겼다. 축제에서 빠질  없는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각 부스마다 조리기구, 냉장고, 식재료 등을 옮기고, 행사장 곳곳에 필요한 탁자와 테이블 옮겼다. 이후 다른 스탭들과 함께 정해진 위치에서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첫날은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않아 방문객이 적었지만, 둘째 날에는 제법 많은 방문객이 찾아 오기 시작했다.

"동영씨~ 이것  옮겨주세요"


"동영씨~ 이것  도와주세요"


"동영씨~ 이것  이장님께 전달해주세요"


나는 축제장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일을 도와드리려고 노력했다. 축제장에는 먹거리 코너, 체험코너, 체험객 참여 이벤트 등등 시간대별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고, 그때마다 인력이 계속 필요했다. 그러나 축제에 필요한 인원은 넉넉치 않았고, 행사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나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다 임실 출신이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동영씨 힘들면 좀 쉬었다 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시는데요"


"마을에 일할  있는 사람 많이 없어서, 다들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바쁘네요"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되었던 행사가 끝나고, 축제 마지막 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간단하게 술자리를 열었다. 치즈 마을답게 테이블 위에는 각종 치즈가 안주로 놓여있었다.


"음~ 이건 OO목장 치즈네"


"~ 이건 OO 브리치즈 같은데?"


확실히 치즈 마을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시골 마을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치즈를 논하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있을까? 


"동영씨, 정말 동영씨가 많이 도와줘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아 감사합니다. 저도 이런 축제장에서 일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힘들었죠?"


"조금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 이런 행사는 일 년에 몇 번 정도 있나요?"


"마을에서 하는 축제가 있고, 임실군에서 하는 축제가 있는데,  합치면 4~5번은 넘어요"


"행사하실 때마다 마을분들이 힘드실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도와줄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스탭으로 도와주러 온 학생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내일 또 단체팀 체험학습 예약이 있어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일해야 돼요"


총무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은 축제기간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체험객 방문이 많은 편인데, 일하는 직원이 많지 않아 모두 고생이 많다고 하셨다. 


"마을엔 젊은 사람이 필요한데, 젊은 사람들은 여기에   있으려고 하니..."


임실치즈마을의 마을사업은 지금까지 주로 기성세대 분들이 일하며 사업을 이어왔는데, 마을 사업이 점점 확대되면서 일이 늘어나자,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마을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결국 마을에는 젊은 청년들이 필요했고, 마을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마을 청년들을 고용했다고 하셨다.


이 당시, 이곳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있는 젊은 친구는 3명이었다. 모두 이곳 치즈마을이 고향인 학생들로, 휴학을 하고 잠시 일을  있거나, 졸업  다른 곳에 취업하기  잠시 고향에 내려와 일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들이었다.(물론 정식으로 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 치즈마을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마을사업 일이 아닌 각자의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나가길 원하고 있었다. 이 마을의 대표님도 마을 청년들이 마을에 남아 일을 해주길 바라면서도, 각자의 길을 가도록 존중해주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 사업의 대표님이나 총무님과 같은 분들이 각자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해야만 했고, 이분들 역시 체험학습장을 이끌어가기엔 체력적으로 점점 지쳐간다고 하셨다. 


"동영씨같은 분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일을 해주면  좋을 텐데"


대표님이 건네신 한마디에서는 농담과 진심이 반반 섞여 있었다. 대표님은 지금까지 임실치즈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는데, 지금은 체력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힘든 점이 많다고 하셨다. 실제로 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바라본 대표님은 홀로 모든 일을 묵묵하게 끝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예요"


대표님은 치즈마을의 미래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다. '지금까지 대표님과 같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치즈마을로 성장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대표님의 바람처럼 마을에 젊은 에너지가 들어와, 지금까지  이어온 치즈마을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10.05-10.10

전라북도 임실에서


@도시에서온총각  

이전 19화 아직도 여기가 우리집이라는 게 꿈만 같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