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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Jan 08. 2020

그래서 얻은 게 뭐야?

다양성 & 태도

"그래서 여행을 하고 얻은 게 뭐야?"


시간을 투자해 어떤 일을 하면 무언가를 얻어야 하고, 이것이 나의 스펙이 되어야만 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내가 소비한 1년 동안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해했다.


"음... 글쎄요..."


나는 무엇을 얻었는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눈에 띄게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개월간 국내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느낀 '들은 나에게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국내 여행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삶의 '다양성'과 '태도'였다.


첫 번째, 다양성.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이다.

농사나 어업에 종사하시는 농부님과 어부님들,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들,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은퇴하고 귀촌하신 분들,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들  내가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각자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직업과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내 주변에는 대게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삶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 or 공무원, 이 두 가지 길에서만 선택을 강요당했던 나에게, 이분들의 다양한 삶은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굳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농사나 어업에 종사할 수 도 있을 것이고, 내가 원하는 식당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며, 농산물과 관련된 사업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사나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괜히 어려울 것 같고, 불안정한 수입에 힘들어할 것 같았다. 또한, 내가 취직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하겠습니다'라고 한다면, 주변서 여간 잔소리를 들을게 뻔했기 때문에, 취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불행해질 미래로 치부되었었다. 


내가 만났던 분들도 대부분 처음엔 힘들었다고 하셨다. 애초부터 농사를 지었던 분들은 큰 저항이 없었지만, 잘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농사를 시작한 분들이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업에 뛰어든 분들은 초기에 주변의 반대가 아주 심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분들의 특징은 주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맞딱뜨리는 어려움을 헤쳐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이분들 모두가 돈을 잘 벌고, 잘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높이 평가하였다.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데이


그동안 허름한 옷에 흙 묻은 장화를 신고 있는 농부님들을 보면, 편견을 가지고 괜히 측은한 마음을 가졌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던 나는 이분들이 얼마나 멋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지 그 내면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 이제는 주변에서 뭐라 하건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두 번째, 태도.


내가 여행을 하며 만났던 분들은 주로 농사를 지으셨는데, 모든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농사를 천직이라 여기는 분들이 계신 반면, 농부라는 직업을 어쩔 수 없이 택하여 농사를 짓는 분들도 계셨다.


이 두 농부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마인드'였다. 농사라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고 어려워도,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농부님들은, 그렇지 않은 농부님들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 당연한 말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느냐 마느냐'의 차이를 가져왔다. 


삶의 만족도가 높으신 분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긍정적임을 알 수 있었는데, 어떠한 어려움이 생겨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해 농사가 잘 안 되어도, 혹은 새로 시작한 일이 잘 안되어도, '매번 잘될 수 있나'라고 말씀하시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내가 저런 어려움에 빠져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들은 찾아오는 행복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찾아내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것, 자신이 키우는 농작물 혹은 가축들이 잘 크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것 등등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찾아' 행복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분들이 말하는 자신의 미래는 항상 희망적이었고, 밝은 모습이었다. 


"아버님, 아버님은 정말 행복해 보이세요"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돈이 다가 아니라구.
 먼 데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아봐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감정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무언가' 느꼈다. 이 '무언가'라는 것을 정확히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내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느껴야 할 것들을 미리 경험해본 것 같았다. 어찌보면 인생 선배인 어른들에게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토대로 나의 삶을 살아간다면, 나도 그리 나쁜 인생을 살 것 같지는 않다. 열린 마음으로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과 이야기를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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