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들은 정확히 말하면 '발음 규칙(발음 방법)'이라는 것을 모른다. '발음 기호'는 더욱더 모른다.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원래 몰라도 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발음 소리를 만들어 내고 그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을까?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답변은 훈련자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 없다. 한 단계 더 높은 소리 감각을 원한다면 이 부분을 알아야 한다.
발음 방법을 몰라도 소리에 익숙해질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발성 환경(발성 근육 환경)' 개념이다. 원어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빠의 소리를 모방하려는 과정 속에서 영어 발성에 적합한 방향으로 근육이 형성된다. 그렇게 해서 그들만의 공통의 '발성 근육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발성 근육은 발음을 할 때 '불편하다, 편한다'를 감각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발음을 하다가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자신도 모르게 해당 발음 과정에 주목하면서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발음을 수정한다. 이렇게 편안함을 기준으로 동시에 편안함을 지향하면서 발음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이뤄지게 된다. 그렇게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발성 근육과 발음 능력이 동시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원어민들은 표준 '발음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발성 근육 환경'을 기준으로 해서 '편한 소리'를 지향하는 본능을 따를 뿐이다.
원어민들은 그저 자신의 '발성 근육 환경'을 기준으로 해서 '편한 소리'를 지향하는 본능을 따를 뿐이다.
발음뿐만 아니라 영어에서 나타나는 연음, 축약, 리듬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발음 방법'을 공부하다 보면 '소리를 생략하고 소리와 소리를 잇고 그리고 어떤 식의 리듬을 만들라'는 식의 규칙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원어민들은 이런 규칙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저 발성 환경을 기준으로 해서 편하게 소리를 내려고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런 연음, 축약, 리듬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 뿐이다.
연음, 축약, 리듬은 발성 근육 환경에서 편하게 발음하고 하다 보니 나타나는 결과적 현상이다.
모든 언어에는 그에 적합한 발성 환경이 있다. 이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결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발성 환경이 전혀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던 훈련자가 영어 소리 감각을 느끼고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만약 발성 환경의 차이가 큰 모국어를 사용하는 훈련자가 영어식 발성 연습을 심하게 하면 발성과 관련된 근육들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하지 않던 운동을 갑자기 했을 때 근육통이 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모든 언어에는 각각에 적합한 발성 근육 환경이 있다.
훈련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연습을 할 때는 발음이 잘 되는 것 같은데, 실제 대화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발음 문제라기보다는 발성 근육과 관련된 문제에 해당한다. 연습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집중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모국어식 발성 환경에서도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영어식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하려면, 발음의 배경이 되고 있는 발성 근육 환경이 영어식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영어식 근육 환경으로 변해 있어야 훈련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영어식 발음이 나오게 된다.
훈련자가 영어식 발음을 고민하고 있다면, 발음 이전에 먼저 발성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발음과 발음 개념이 다르듯이 그것을 연습하는 것도 구분이 된다. 이 말은 영어식 발성을 연습하려고 굳이 영어 발음을 연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어식 발성 환경을 구성하는 연습은 훈련자의 모국어를 말하면서 연습을 할 수도 있다.
발성 훈련과 발음 연습은 다르다.
요약하면, 발성과 발음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리 문제가 있을 때 발성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과 발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다르다. 이것이 구분되어야 필요에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더 집중해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발성과 발음이라는 것이 구분이 되지 않으면, 막연히 겉도는 수준의 소리 훈련은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발음과 발음 연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발성 훈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필요한 개념들을 알아본다.
참고) 훈련과 연습
'연습'은 '반복'을 강조하는 말한다. '반복 연습'의 줄임말이라고 할 수 있다. '훈련'은 '자신의 개념과 생각이 들어가는 반복 연습'이다. 기계적인 '반복'이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한 단계 더 높은 감각 능력을 원한다면 '연습'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