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20분, 토론토 공항으로 출발하는 호텔 셔틀버스에 올랐다.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일찍부터 환해진데다, 여행객도 제법 있어서 한낮같은 느낌이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 터미널1에서 하차해야 하는데, 터미널3에서 하차를 했다 다행히 터머닐 사이를 운행하는 무료 셔틀 트래인을 타고 금방 터미널1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 오늘도 낯선 캐나다에서 길찾기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어제와 오늘 연달아 두 번 방문한 토론토 공항, 터미널1과 터미널3까지 모두 헤매다 보니 왠지 공항이 무척 익숙해진 기분이 든다. 그냥 기분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 넓은 공항이 두 번만에 익숙해질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낯선 상황은 대부분의 경우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다. 영어라는 언어도 낯설기에 말하고 듣기가 두려운 건 아닐까 싶다. 여행은 낯선 상황의 연속이다. 생소한 경험을 잔뜩 주입해서, 익숙해지가 만드는 게 백신 주사같기도 하다. '여행 백신'을 접종하면 낯선 상황에서 당황하는 수준이 낮아지는 것 같다. 임기응변에 강해지고, 눈치도 빨라지며, 상황 판단이 빨라지는 것이 여행 백신의 효과가 아닐런지.
당연한 일이지만, 토론토 국제 공항에는 인천에서보다 외국인이 많다. 그곳의 거의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외국인이다. 간혹 동양인이 보이더라도 한국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는 이토록 많은 외국인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낯설다고 했다.
"엄마, 나보다 어린 저 아이가 나보다 영어 더 잘해, 당연한거지만."
"응,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너가 한국어 제일 잘해!"
이번 여행은 두 아이의 첫 해외여행이다. 영어와 외국인, 외국 문화를 경험하고 익숙해지는 게 목적이다. 여행 백신의 효과로 낯선 상황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나에게는 비행기가 이륙할는 순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여전히 낯설다. 몸속 오장육부가 쑤욱 내려가는 기분이 들다가도, 좌우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가장 싫은 느낌은 아래로 갑자기 쑥 내려가는 느낌이다.
"엄마, 놀이기구 탄다고 생각하고 즐겨봐"
아이는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놀이기구를 정말 싫어한다. 이 느낌, 낯설고 속이 이상하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하는 기분이다. 비행기 여행 백신을 맞아도 이 느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금은 샬럿타운으로 날아가는 중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낯선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까. 낯설고 즐거운 생활을 기대하며 지금의 이 울렁거림을 참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