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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Jul 23. 2022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감사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곳이 어디라도 말이다. 


다다닥~다다닥~쑹쑹~

카 작은 동양인 여자가 전력 질주를 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쳐다본다. 마음이 콩닥거려서 주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아이들과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던 길을 단 몇 분만에 주파했다. 


사건 발생을 눈치챈 건 집에 돌아와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난 뒤였으니, 한 시간 정도는 지난 후였다. 한국에서도 소중하고, 지금 이곳 캐나다에서는 더욱 소중한 나의 핸드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뿔사, 슈퍼에서 계산할때 아랫쪽에 내려두었떤 기억이 떠올라 아찔했다. 


콩닥콩닥, 쿵쿵쿵!

마음 속이 요동을 치면서, 머릿속으로는 만일 핸드폰을 못 찾게 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노트북에 핸드폰을 연동해두었다는 생각이 났고 그걸로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찾을 수 있는가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면 보고 그냥 그 자리에 두었을까, 어쩌지, 큰일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슈퍼 문을 열어 제기자, 계산대에 있던 젊은 여자분이 오~하고 나를 알아봤다. 그리고는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건네주는데, 아, 살았다! 안내소에서 챙겼던 책자들과 함께 나의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여성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좀처럼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인데, 이곳에 온지 며칠 만에 벌써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았다. 하나는 오늘 잃어버린 핸드폰, 또 하나는 은행카드였다. 다행히 은행카드는 빨래 바구니에 넣어둔 바지 주머니 속에서 찾았다. 


이게 다 작은 가방때문이야, 하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보부상처럼 바리바리 물건이 들어가는 큰 가방을 매고 다니다가, 여행지에서는 가볍게 다니고 싶은 생각에 작은 크로스백을 가져왔다. 가방이 아니라 양손에 물건을 들고 다니다가 이 지경이 된거야, 하고 결론 짓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핸드폰은 줄곧 손가락에 걸고 다니지 않았던가, 은행카드는 계산 후에 곧바로 지갑에 넣었으면 되는 일 아니었나, 유미의 세포들에서처럼 다른 세포가 의문을 던졌다. 그래, 영어가 어리숙한 탓이지. 계산대 앞에서 뭐라뭐라하는 말을 못알아 들었는데, 종이가방에 넣어주냐는 말이었다. 사실 겨우 알아들은 말이 그것이었고 나머지는 모르겠다. 


못 알아들을 말을 듣고 있으면, 단어들이 한 보따리에 쌓여져 내 머리를 쿵하고 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또 당혹스러워진다. 당황하니 실수가 생긴다. 중요한 물건들을 잃어버리게 된 진짜 이유이다. 


"엄마, 여기 사람들은 활발해, 하와유하고 말도 잘 건네고, 웃으면서 말해."


캐나다 샬럿타운에 온 지 이틀째 되던날, 아이는 한국사람과 이곳 사람들의 차이를 길게 설명했다. 친절한 외국사람들, 이곳 사람들. 토론토 국제공항에 도착하던 여행 첫날부터 아이는 외국인들이 잘 웃는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하든 웃으며 말하는 표정이 나도 조금 생소했다. 타인에 대해 개방적이고 친절한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이곳 숙소의 호스트인 헤더 역시 무척 친절했다.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루고 문을 열자 웰컴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몇 주는 걸려야 다 먹을 것같은  달콤한 간식들과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큰 아이는 혹시 모르니 호스트에게 먹어도 되냐고 확인하고 먹자고 했다. 그밖에도 마요, 케찹 등이 새 제품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미리 켜둔 에어컨의 시원함보다 가득채워져 있는 먹거리가 더욱 반가웠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집안 곳곳에서 느껴지는 세심함은 헤더의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헤더를 만나기 전, 일층에 머무르는 남자를 먼저 만났다. 집의 입구를 잘못 알고 일층 키번호를 두번이나 눌렀다. 키번호를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길래 체크인 시간이 안되어서 그런 줄 생각했다. 십오분 뒤쯤 다시 번호키를 누르니,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호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가 머물 장소의 입구는 여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입구가 어디지? 여기 말고는 입구가 보이지 않아서 당혹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그는 이층으로 연결된 입구를 직접 안내해주었다. 설마했던 계단이 바로 입구였다.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계속 웃는 얼굴로 안내해주길래, 호스트와 관련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도 이곳 숙소에 묵고 있는 게스트였다. 슈퍼에서 핸드폰을 찾아주었던 젊은 여성도 계속 웃으면서 말을 건네주었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외국인들도 하와유나 익스큐즈미, 땡큐, 쏘리 등을 말하며 웃고 있었다. 아이가 한국과 다르게 느낄 만했다. 


"여긴, 캐나다에서도 관광지라서 그런 것 아닐까? 한국에서도 관광지에 놀러간 사람들은 잘 웃지 않을까?"

아이에게 여행객들의 여유가 잘 웃게 만드는 건 아닐까하고 대답했다. 제주도에서는 사람들이 잘 웃었나를 생각하면서 왠지 찜찜하긴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고마운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남편의 고향인 원주에서 살기 시작했을때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서 회사를 다니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향적인 나의 성격탓에 적극적으로 만나며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지만, 여러명의 사람들과 오고가며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묻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안위를 묻는 느슨한 연대, 나는 이 정도의 거리가 딱 편안하고 감사하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항상 감사할 사람이 있고, 그 덕에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나는 누군가에게 감사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을까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곳, 캐나다 샬럿타운에서 지내는 동안 낯선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문화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갖게 되길 기대해 본다. 


언제 어느곳에 있더라도, 베풀줄 아는 사람이 되고, 감사한 사람을 발견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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