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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Jul 20. 2022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하다

모든 일에는 계획과 실행 사이의 어떤 미묘한 지점이 존재한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갈 것이며,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는 계획 단계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실제로 즐기고 맛보고 누리는 실행 단계가 있다. 


여행을 갈 때 누구나 한번은 꼭 겪는 과정이 있는데, 머릿속은 계획 단계이면서 몸은 실행 단계를 향해 빠르게 빠져드는 단계이다. 머릿속에서는 빠진 물건이 없는지 챙겨보고, 어디서 무엇을 할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하지만 몸은 이미 목적지를 향해 가까이 다가간 상황이다. 계획과 실행,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간 지점에서 우리의 몸은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일 수 있다. 혹은 비행기에서 켜켜이 쌓인 구름층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다. 이때의 기분은 어떨까? 나는 이 기분이 진짜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획 단계에서 갖는 설레임은 두려움이 반쯤 섞여있고 아직 겪지 않은 일이라 뜬구름같은 피상적인 느낌도 있다. 실행 단계에서의 설레임은 실재감이 있는 반면에 일상의 노곤함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지점은 오직 설레임만 가득한 찐 설레임 구간이다. 


바로 그 미묘한 감정이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시간, 몸이 묶인 듯한 지금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주-인천 공항버스 3시간, 인천-토론토 항공 13시간. 지난 1년여 동안의 긴 계획 단계를 지나고, 미묘한 중간 지점을 지나, 2022년 7월 19일 오늘,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둘째 아이가 그린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에 대한 크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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