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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Aug 24. 2022

한국에 없는, 캐나다 샬롯타운에 있는 직업은 무엇?

자, 퀴즈시간! 한국에는 없고, 캐나다 PEI 샬롯타운에만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아이들은 잔디깍는 사람? 이라고 가장 먼저 대답을 했다. 샬롯타운에는 넓은 잔디밭이 많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공유지의 잔디를 깍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빛 반사 조끼를 입고 잔디를 깍기도 하고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한국의 환경 미화원과 차림새가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에도 잔디를 깍는 사람은 있으니 아이들의 대답이 정답은 아니다. 그럼 어떤 직업이 샬롯타운에만 있을까?


샬롯타운 숙소에서 홀랑대학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나와 아이들은 아침 8시가 되기 조금 전에 숙소를 나선다. 샬럿타운 도서관 뒤쪽 길을 걸어서 컨페더레이션 아트센트 옆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면 홀랑대학이 나온다. 이날도 셋이 손을 잡고 열심히 걷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주르륵하는 작은 쇠들이 서로 부딪치며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조금 앞쪽에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손수레를 끌고 걸어가다가 멈춘다.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검은 장치의 정면에 열쇠를 넣고 돌리더니 뚜껑을 아래로 열어 젖힌다. 안에서 통을 꺼내더니 손수레 위로 쏟아버리는데, 촤르르하는 소리가 몇 초동안 들린다. 동전이 부딪치며 쏟아져 내리는 소리같다. 남자는 비워진 통을 다시 검은 장치 안에 넣고 열쇠를 잠근다. 손수레를 밀고 몇 걸음 걸어서 멈추고는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무엇을 하는 걸까?





생소한 모습에 나와 아이들의 시선은 남자를 따라갔다. 마침 우리가 향하는 방향과 일치하기도 했다. 길가에 늘어선 검은 장치는 주차 요금을 지불하는 통이었다. 길 가장자리에는 흰색으로 그려진 주차선 세 개와 인도가 만나서 하나의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주차공간 하나 혹은 두개마다 검은 요금 지불통이 하나씩 설치되어 있었다. 


캐나다에서 노상 주차를 할 때는 검은 요금 지불통, 스트리트 파킹 미터기에 동전을 넣는다. 주차 후에 계산을 하는 게 아니라 주차를 하고 곧바로 주차시간을 계산해서 그만큼의 동전을 넣어야 한다. 요즘은 앱으로도 지불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미터기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스트리트 파킹 미터기를 사용해 본 경험은 없다. 샬롯타운에서는 버스를 이용했고, 캐번디쉬에서는 렌트카를 운전했는데 숙소와 마트, 해변가, 앤 관련 명소를 주로 다녔기 때문에 항상 무료 주차가 가능했다. 


딱 한 번 스트리스 파킹 미터기를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캐번디쉬 일정을 끝내고 샬롯타운으로 이동해 공항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샬롯타운에서 약 3주간 지냈던 숙소 근처에는 도서관, 놀이터 공원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곳들을 자주 이용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서 렌트카로 이동했다. 도서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는 예상은 빗나갔다. 바로 앞이 공사중이라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할 수없이 노상주차를 하려고 자리를 알아보는데, 모든 곳에 미터기가 있었다. 그때는 미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기에 그곳에 주차를 하지 못했다. 주변을 몇 바퀴 빙빙 돌다가 결국 예전 숙소 주차장을 잠시 빌렸다. 


캐나다 샬롯타운 중심가에는 노상 주차가 가능한 모든 장소에 미터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매일 사람들이 동전을 넣는다. 그러니 동전을 수거할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나와 아이들이 홀랑대학으로 향하던 길에서 봤던 남자는 미터기의 동전을 수거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는 없고 샬롯타운에는, 아니 캐나다에는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스트리트 파킹 미터기에서 동전을 수거하는 직업이다. 촤르르 소리를 낸 뒤 동전이 가득할 손수레를 밀고 가는 사람의 모습이 무척 낯설고 신기했다. 


PEI는 캐나다 본토에서도 휴양을 위해 찾는 섬이다.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할 것이다. 관광객인 나의 시야에는 더욱 그렇게 보였다. 나는 궁금해져서 샬럿타운 숙소의 호스트에게 물어보았다. "샬롯타운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나요?"


호스트의 대답은 이랬다. "섬 전체에 걸쳐 주요 산업은 농업, 어업, 관광업이에요.  샬럿타운 사람들은 정부, 교사, 의사, 변호사, 상점 등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느 도시에나 있는 일반적인 직업이지요. 관광객을 상대하는 해안가의 작은 가게들을 제외하면, 모든 가게들이 거의 일년 내내 열려 있어요."  호스트 헤더는 야외 식당의 경우는 눈이 오면 문을 닫고, 관광객들 때문에 여름에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여름 관광철에 한시적으로 일할 사람을 뽑는 샬럿타운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호스트의 대답처럼 이곳 사람들은 여느 도시처럼 일반적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듯하다. 관광객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별도로 채용하는 구조인 듯하다. PEI 섬 전체를 놓고 보자면 감자와 랍스터 등 농업과 어업도 크게 발달해 있다. 관광객의 시각에서나 관광지였지, 그곳 사람들에게는 그저 삶을 사는 터전이었다. 


샬롯타운 다운타운을 걸으면서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는 사람, '거지'였다. 약 3주간 지내면서 같은 사람을 여러번 보는 일은 다반사였고, 인원 수로 헤아리면 대여섯 명을 보았다. 걸어서 채 20분이 걸리지 않을 반경 안에서 말이다. 


거지는 사전적 의미로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이다. 이것도 직업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을까. 관광을 왔다가 돈이 필요해서 저렇게 앉아 있는 건가 싶은 젊은 여자도 있었고, 짐을 끌고 다니면서 행인에게 구걸을 하는 나이 많은 남자도 있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나와 아이들은 슈퍼마켓 난간에서 동전을 하나 주웠는데, 나오면서 길가에 앉아 있던 여자 앞에 놓인 바구니에 넣어 주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는 동전 소리가 나자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그리고는 "너무 적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더니 잡았던 동전을 던져버렸다. 동전이 바구니 안으로 다시 들어갔는지, 바구니 밖으로 버려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주된 밥벌이의 형태를 우리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노상 주차장 요금을 동전이나 현금으로 지불하는 시스템은 없다. 시에서 관리하는 노상 주차장에는 요금을 징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 이렇듯 직업은 사회 시스템을 반영하기에 흥미롭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 그 계절이 아닌 계절에 다시 한번 샬롯타운을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한시적으로 채용된 인력이 빠져나간 이후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캐나다 PEI 샬롯타운, 그곳은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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