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1.
20xx년 겨울 카투사 복무 시절 눈이 심하게 왔던 날이었다.
같은 날 한국군과 미군에게 각각 내려온 지침...
한국군의 지침
병사- 전원 출근.
부사관- 근속연수 10년 이하 출근.
장교- 출근하지 않고 대기.
상황 발생 시 보좌관- 비서실장 거쳐 장군에게 연락할 것.
각 부서에 전화 대기 인원 확인되면 알아서 출근시간 조정.
미군의 지침
장군- 전원 출근. 반드시 자가 차량으로 직접 운전하여 출근.
장교- 대령급 출근.
부사관- 주임원사 자가 차량 출근.
병사- 출근하지 않고 대기.
두 국가 간 이렇게 상반된 지침으로 인해, 우리 사무실에서는 병장인 나 혼자, 미군 쪽에서는 대령 혼자 전화 대기를 했다. 서로의 상황을 어색해하던 중 너무 궁금해서 미군 대령에게 물었다.
나: 왜 미군은 대령급 이상만 출근하는 것입니까?
미군 대령: 계급이 높을수록 의사결정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이 많아, 만일 지금 당장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군은 자네- 행정담당관- 보좌관- 비서실장- 장군의 순으로 보고를 거친 후에 장군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다시 장군- 비서실장- 보좌관- 행정담당관- 자네... 이런 5단계의 과정을 거쳐 조치가 되겠지...
그런데, 우리 미군은 내가 알아서 먼저 결정하고 추후에 장군에게 보고하면 끝이야. 결론이 어떻게 나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지게 되지만,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우리 군의 대응방침이네.
현장 대기자의 계급이 높기 때문에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이고,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보다 높은 계급의 올바른 의미야.
[Story inspired by Justin Hong's fb]
미군은 장군의 전원 출근 및 대령급 이상의 현장 대기, 한국은 장교와 장군은 아무도 나오지 않고, 때에 따라서 이등병이 상황 대기.
이런 시스템이 군대만은 아니다.
리더는 조율과 결정의 권한이 큰 것이지 나태해도, 책임 전가해도 되는 게 아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나태해지는 이 병적인 구조를 깨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진국의 진입 조건들 중 하나이다.
Phase 2.
한 신제품 라면을 개발한다고 가정하고, 그 프로젝트의 메인 비전 두 가지를 설정해보자.
1. 신제품으로 돈을 많이 벌자.
2. 신제품을 정말 맛있게 만들자.
어떤 라면이 결과적으로 더욱 돈을 많이 벌게 될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장 좋은 예로 식당을 가보면 재료비 몇 푼을 아끼는 목적 달성에 집중한 나머지, 최우선의 목표인 맛은 정작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그러나, 모든 맛없는 식당의 주인들이 멍청할리는 만무하다. 또한 맛있는 집과 맛없는 집의 재료비와 노하우 차이도 크지는 않다. 아주 작은 차이로 승패가 판가름 나게되며, 그 아주 작은 차이는 정말 맛있게 라는 명제를 잃지 않아야 가능한 것이다.
수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GDP, 성장률과 같은 수치에 1차적으로 매몰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수치에 얽매이지 않고 '맛있는 집' 이라는 사안의 본질에 깊이 관여하여 정성으로 만들어 나갈 때만이라야 수치도 궁극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시의 성과급이건, 이번 분기의 매출 목표치 이건, 수치를 제시하는 리더십은 효과적일까? 그것도 상황에 따라일정 수준 효과적이나, 연구 결과 통상적으로 재정적 보상 (Monetary Compensation)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상의 애사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각 조직원들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이며 지금까지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회사에서 인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구성원의 사기(Morale) 진작에 대단히 중요하다. 주어진 과업이 가진 의미를 이익창출이라는 원초적 목표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의미로써 되새겨보는 일도 필요하다.
한 리더가 팀원들에게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노력해왔다고 자부하네. 허나 내 스스로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왔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네...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혼이 담긴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그 물음에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것 같아.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이번에는 정말 한번 맛있는 라면을 만들어보고싶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