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6학년인 준이가 (우리와 함께 사는 처조카다) 과학 숙제로 모형 자동차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학교에서 소형 엔진을 받아왔다. 이 모터를 이용해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과제다.
혼자 생각하고 만들어 보는 것이 공부다 싶어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며칠 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고 물어보니 바퀴와 엔진을 고무줄로 연결해서 돌리면 될 것 같다고 한다. 소신껏 만들어 보라고 했다.
저녁마다 차고에 가서 종이를 오리고 테이프를 붙이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곁눈질로 보니 그렇게 만들어서는 절대로 차가 갈 수 없는 디자인이다. 인터넷을 뒤져 같은 모양의 엔진을 하나 더 사고, 바퀴며 축 등을 주문했다.
과제물 제출 일주일을 남기고 만들어 놓은 자동차를 가져와 보라고 해서 고무줄로 연결을 해 보았다. 골판지를 오려 볼펜에 끼워 만든 바퀴가 굴러갈 리가 없다. 게다가 몸통이 너무 크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것이 먼저고 디자인은 그다음이라는 설명과 함께 내가 주문한 부품과 작은 상자 등을 이용하여 달리는 자동차의 본체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받아 온 엔진이 망가져 주문해 놓았던 여분의 엔진을 사용했다.
마감 전날 저녁 내내 자동차의 윗부분을 만드느라 애를 쓴다. 디자인에 대한 의견만 주고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는 제법 잘 달리니 기본점수는 받을 것이며, 이것도 다 공부다 싶었다. 아침에 보니 종이를 오리고 물감을 입혀 만든 탱크가 덮개다.
학교에 가져 간 자동차는 속도는 3등으로 들어왔고, 점수는 97점을 받았다.
요즘 아이들은 이미 완성된 장난감을 너무 많이 가지고 노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생각해서 만드는 일을 힘들어한다.
빈상자와 병, 주변에 널려있던 온갖 물건들이 모두 장난감이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대조가 되는 것 같다. 빈 상자 옆을 도려내어 창을 만들고 성냥이나 나무젓가락을 끼워 “Twelve O’clock High”에 (유럽에서 독일군과 싸우던 미공군 비행단을 다룬 드라마) 나오는 폭격기를 만들고, 상자에 고무줄을 넣은 실패와 나무젓가락을 끼워 트럭을 만들었으며, 작은 약병에 반으로 갈라 속을 빼먹은 호두껍질을 씌워 병정을 만들어 놀기도 했었다.
군인이나 만화 주인공들을 프린트한 종이딱지를 흉내 내어 두꺼운 달력 종이 뒤에 내가 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오려 놀기도 했었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다루는 솜씨는 뛰어나다. 이 아이들도 내 나이가 되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요즘 아이들은 '…이' 부족해"라고 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