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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05. 2018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일상에서...

아내가 다람쥐가 안 보인다며 걱정을 한다. 그러고 보니 그놈 소리가 안들린지 며칠이 된 것 같다. 다람쥐가 우리 집을 드나든 것도 벌써 3-4년쯤 된 것 같다. 복숭아나무의 열매가 익어갈 무렵이면 나타나 채 익지도 않는 것을 따버려 아내의 미움을 많이 받았었다. 다람쥐를 쫓기 위해 반사되는 햇빛에 놀라 도망가라고 나무에 CD를 달아 놓기도 했고,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가라고 빈 콜라 깡통에 작은 돌을 넣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기도 했지만, 꽤 많은 다람쥐를 막지 못했다.


그렇게 다람쥐와 숨바꼭질 씨름을 하던 아내가 얼마 전부터 그놈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다람쥐는 복숭아가 채 달리기도 전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나타나 뒷동산에 핀 야생 해바라기에 매달려 씨를 먹기 시작했다.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오물오물 씨앗을 빼먹으며 즐거운 듯 조잘거리는 것이었다.

아내는 여느 때처럼 그놈에게 복숭아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복숭아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다람쥐를 칭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놈이 복숭아를 먹기는 하는데 다른 집에 오는 다람쥐와는 달리 함부로 열매를 따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만 딴다는 것이다.

먹다가 남은 것은 나무 아래 놓아두었다가 다음날 와서 깨끗이 먹고 간다며 신통하다는 것이다. 급기야 아내는 익혀서 우리가 먹기에는 작고 보잘것없는 복숭아 열매를 따서 2알씩 담장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너는 내가 주는 것만 먹어라” 는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그놈은 담장 위에 놓인 열매를 하나는 먹고, 남은 하나는 집어 들고 갔다. 다람쥐는 아내와 맺은 무언의 약속을 지켜 나갔다. 그러던 중에 이놈이 사라진 것이다. 담장 위에 올려놓은 복숭아는 시들어 가는데, 다람쥐는 흔적도 없다.

나는 며칠째 골목길을 드나들며 혹시나 차에 치여 쓰러진 다람쥐가 있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달콤한 복숭아를 다람쥐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어졌으니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다. 다람쥐야, 다시 나타나 재주나 한번 넘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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