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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an 17. 2018

너는 천당이 있다고 믿느냐?

일상에서...

수년째 전립선 암을 앓고 계신 아버지에게서 최근에는 상당히 진전된 간암이 발견되었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찍었던 CT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두 달 남짓한 기간에 벌써 5 파운드나 살이 빠지셨다. 


어제 아침 병원에 모시고 가는 길에 생긴 일이다. 운전하는 내게 아버지가 물으셨다. ‘너는 사람이 죽으면 천당이 있다고 믿느냐?’ 


생각지도 않던 질문인지라 궁색하게 ‘잘 모르겠네요. 보고 왔다는 사람이 없으니  수가 없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없어. 없는  같아.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너무 허무하니까 그냥 사람들이 만든 걸 꺼야.’ 하시는 것이었다. 


그제사 나는 내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때 확신에  목소리로 ‘예, 아버지, 있고 말고요. 혹시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때문에 잠시 연옥에  계시더라도 저희들이 열심히 기도를 하면  천당에 들어가실 거예요.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고 먼저 가신 삼촌도 만나시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어야 했다. 


매일 한 걸음씩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시는 요즘 아버지는 얼마나 두려우실까. 그런 아버지에게 확신에  위로의 말을 드리지 못한 내가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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