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한동안 성당에는 성가대가 없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는 특송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던 성가대가 하루아침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성가대 없이 미사를 드리다가 새로 부임한 신부님이 아이디어를 내어 몇 사람으로 ‘선창단’을 구성했다.
3-4명으로 시작한 선창단은 앉는 위치를 선정하는 것부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뒤에 앉으면 앞으로 나가라 하고, 오른쪽에 앉으면 왼쪽으로 가라 하고, 소리가 적어 마이크를 쓰면 소리기 튄다고 하고. 세상사가 다 그러하지만 원래 교회란 곳은 말이 많다. 누가 잘한다는 칭찬의 소리보다는 누구를 탓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많은 곳이다.
누가 뭐라고 해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성가와 화답송을 이끌어 오던 선창단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인원도 7-8명으로 늘어났고, 기량도 많이 늘었다.
오늘 눈을 지그시 감고 선창단의 노랫소리를 들어보니 제법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가지 깨달음이 왔다.
첫째, 세상에 없어서 안 될 사람은 없다. 잘하던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얼마간은 아쉽고 힘들겠지만 결국 그 자리는 누군가 채우기 마련이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면 그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없으면 어찌들 살까 싶지만 내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잘 돌아간다.
둘째,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어떤 일이라도 중단 없이 주기적으로 계속하면 결국 잘하게 된다.
난 우리 성당의 선창단을 지난 1년 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들 중에는 성악 전공은커녕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도 없다. 중단 없이 매주 모여 마음을 모아 연습하며 조금씩 나아지더니 어느새 존재감을 나타내는 선창단이 되었다.
주님은 참으로 오묘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시고 뜻을 이루시는 것 같다. 선창단이 준비하는 성탄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