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다. 눈을 떠보니 주변이 낯설다. 호텔방이다. 그렇지 내가 지금 출장을 와 있지. 휴대폰을 집어 드니 새벽 4시쯤이다. 번호를 보니 낯선 310 번호다. 혹시 연로하신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른 전화를 받는다.
딸 아이다. “I broke my arm.” 한다. 교회에서 수련회를 간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곳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얼마나 다쳤냐고 물어보니 그냥 팔만 부러졌는데 지금 응급실에서 부목을 대고 있고 날이 밝으면 내려가 큰 병원에 간다고 한다.
조심해 오라고 위로를 해 주고 전화를 끊었다.
상황이 다 끝난 상태에서 굳이 자고 있는 내게 새벽에 전화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아마도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그게 나였지 싶어 생각을 바꾸었다.
오래 전의 일이다. 아이들 중 하나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아빠에게는 무슨 말을 하면 맨날 화를 내고 야단만 치기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아.”
정말 그랬다. 차 사고가 났다고 전화가 오면 왜 사고가 났느냐고 따져 묻고, 어디가 다쳤냐고 묻기 전에 차는 얼마나 망가졌느냐고 묻곤 했었다.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된다. 아직 운전이 서툰 어린 나이에 처음 사고가 나면 얼마나 무섭고 당황스러웠을까. 그때 따스한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아이들은 벌써 다 커버렸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