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인터넷 서점은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골라 살 수 있다는 편리함은 있지만, 책을 집어 들고 펼쳐 이곳저곳을 읽어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한국은 책 내용의 소개나 서평 등이 많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에서 쉽게 책의 내용이나 서평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70대 의사가 쓴 책이라고 해서 생의 후반부를 사는 노인이 쓴 다소 철학적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내용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작가는 잊는 힘에 대한 글로 책을 시작한다. 생후 20개월 무렵 생모에게서 버림을 받고 입양이 되어 성장한 그는 70대에 마침내 생모의 불단(가정에 고인의 위패를 모셔 놓은 곳)에 절을 올리게 된다. 그는 버림받은 기억은 모두 잊고, 생모에게 감사를 표했노라고 썼다. 이건 나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힘들고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는 것이 좋다.
부부가 늘 함께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인생 말년에는 얼마간이건 혼자 남게 되며, 이를 위해서는 홀로 있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힘을 단련하는 세 가지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의 영역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다. 둘째,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셋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이든 혼자서 해보는 것이다.
“대충,” “적당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매사를 대충, 적당히 살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 너무 아등바등 애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 내용은 얼마 전 법륜 스님에게서 들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인생 뭐 별 것 있나. 적당히 재미있게 살면 되지.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사람의 생체 시계는 24.5시간이라고 한다. 지구 자전 주기와는 30분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걸 그대로 두면 우리의 생체 리듬이 점점 뒤처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햇볕을 쪼이면 생체 시계가 리셋이 되다는 것이다. 즉, 다시 30분을 따라잡아. 지구의 자전 주기와 맞게 되는 것이다. 하루를 문 밖에 나가 아침 햇살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몸과 마음에 모두 약이 되는 셈이다.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6초 만에 농도가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 6초를 잘 버티면 분노조절이 가능하다. 울컥 화가 날 때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라고 말한다. 가벼운 운동이나 산보를 15분가량하고 나면 화가 가라앉는다. 이는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조절되었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마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바꾸려 애쓸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호르몬을 조절하라.
“말이 씨가 된다”라고 했다. 작가는 “내가 하는 말이 미래를 만든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합니다.”라고 쓰고 있다. 부정적인 말은 결국 부정적인 미래를 만들 뿐이다.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선물을 하기보다 부탁을 하라.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인물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곤 했다고 한다. 사이가 안 좋은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으면 “무슨 꿍꿍이지?’ 하고 경계하지만, 상대가 부탁을 하면 도리어 기분이 좋아진다. 상대방이 내 능력을 인정해 주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 ‘가마타 미노루’는 37년 경력의 노년내과 전문의다. 이 책에는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현실 조언들이 가득하다. 단순히 생각만을 적은 것이 아니라, 70여 년을 살아오며 겪은 일들, 임상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담고 있다. 맥다방에 가면 시니어 커피를 주문하는 나이의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