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에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동운 Don Ko Jan 31. 2018

책과의 인연

일상에서...

LA에 헌 책을 사고파는 책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사고 싶은 책이 있어 며칠 전 시간을 내어 K 타운에 다녀왔다. 책방에 들러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책을 찾으니 옆에서 가져온 책을 팔고 있던 손님이 웃으며 혼잣말처럼 “그거 어제 내가 판 책인데”라고 한다.


“직거래를 했더라면 좋았겠네요”라고 말을 건네며 직원에게 책을 찾아달라고 하니 컴퓨터로 검색을 하더니 없다고 한다. 이 분이 어제 가져와서 팔았다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니 아마 아직 판매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한다.


그 책을 사기 위해 멀리서 왔다고 다시 찾아봐 달라고 해도 우물쭈물하기만 한다.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우리의 대화를 듣고는 그 책이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카운터 뒤의 책장에서 책을 꺼내온다. 헌 책이라고는 하지만 새 책과 다름없다.


책을 받아 들며 사람뿐 아니라 책도 인연이 따로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5분만 늦게 책방에 갔더라면 어제 그 책을 팔았다던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을 것이며 책이 없다는 직원의 말에 나는 군소리 없이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컴퓨터에 찍어보고 책이 없다고 했던 직원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을 성실히 하는 사람이다. 컴퓨터에 없으니 그 책은 없는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책을 찾아주었던 직원은 귀와 눈을 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꺼이 봉사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그 업소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