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아내가 콩나물을 다듬어 달라고 했다. 콩나물 대가리와 꼬랑지를 자르라는 것이다. 저녁에 '스테파노'네 집에서 반모임이 있는데 냉채를 만들어 가려는 모양이다. 콩나물은 대가리에 영양이 많고 하얀 몸통에 노란 대가리가 달려 있어야 더 먹음직하다고, 식당에서 파는 해물찜의 콩나물에도 노란 대가리가 있다고 우겼지만 결국 콩나물 한 바구니를 떠맡게 되었다.
이미 데쳐져 양념된 부드러운 콩나물만 대하던 내게 생 콩나물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자칫 잘못 다루면 툭 부러져 버렸다. 한참을 다듬었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진전이 없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콩나물의 대가리와 꼬랑지를 하나씩 떼어내다 문득 절의 공양간이 생각났다. 이래서 스님이 되려면 먼저 공양간에서 밥을 하는구나. 콩나물도 다듬고 체도 썰며 삶을 돌아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언제 끝나나 싶던 일이 어느새 절반을 넘어섰다. 아내가 보더니 이제 그만해도 된단다.
잠시 콩나물을 다듬으며 새삼 배운 것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해결이 된다. 다 지나가는 것이다. 힘든 일일수록 서두르기보다는 하나씩 풀어나가면 결국은 끝이 난다. 콩나물 대가리를 하나씩 떼어내듯이.
아내들이 현명하고 어머니가 위대한 것은 아마도 살림을 하며 익힌 삶의 지혜 덕이 아닌가 싶다.
지금 사는 일이 힘들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다. 자리 깔고 앉아 한나절 콩나물을 다듬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