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공장 둘레의 철조망은 밤새 서 있었다.
아침이 되자, 철선마다 이슬이 맺혔다. 아이들이 다니던 길은 그 안쪽으로 사라졌고, 발자국만 어중간하게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해 뜨기 전에 짐을 쌌다.
자루를 들자 쇠스랑 끝이 울렸다. 그는 잠시 서서 숨을 고른 뒤, 헝겊을 찾아 쇠 날을 감았다. 헝겊이 닳아 있었다. 묶을 때마다 섬유가 조금씩 찢어졌다.
그 소리가 싫었던 것 같았다.
밥그릇 하나, 고무신.
자루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는 자루를 내려놓고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손이 바닥까지 닿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종이 뭉치를 꺼냈다. 땅문서였다. 펼치지 않고 다시 접어, 자루 맨 아래로 밀어 넣었다. 종이가 자루 안에서 미끄러지며 숨는 소리가 났다.
대문은 닫혀 있었다.
안쪽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단추가 부딪히는 소리인지, 웃음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문을 보지 않았다. 그냥 돌아섰다.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서 있었다.
아이에게서 젖 냄새가 났다. 울음은 나지 않았고, 대신 숨이 짧았다. 아버지는 자루를 메고 먼저 걸었다. 몇 걸음 가다 멈췄다. 다시 걸었다.
양산에 도착했을 때, 볕이 강했다.
복덕방 안에는 먼지가 떠 있었다. 주인은 부채를 접고 있었다.
아버지는 품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냈다.
탁자 위에 올려놓자, 헝겊이 쓸리는 소리가 났다. 엽전 소리는 나지 않았다.
주인은 그것을 한 번 보고, 손등으로 밀어냈다.
툭.
헝겊이 다시 쓸렸다. 먼지가 일어났다.
“이걸론 안 됩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탁자 위를 보았다. 주인의 손톱 밑이 검었다. 그 손톱이 엽전 위를 지나갔다. 그는 그 자국을 한동안 보고 있었다.
“며칠 전엔 된다 했소.”
주인은 종이를 접었다.
“지금은 아니오.”
아버지는 엽전 꾸러미를 다시 집었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달라져 있었다. 단단하긴 했지만, 가벼웠다. 문밖으로 나왔을 때, 빛이 눈을 찔렀다.
그는 몇 걸음 걷다 멈췄다.
엽전 꾸러미를 풀었다. 한 닢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굴러가다 멈췄다.
아버지는 허리를 굽혔다.
손가락이 흙에 박혔다. 손톱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엽전을 집어 들었다. 손바닥에 올려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너무 작았다.
그는 그 엽전을 다시 꾸러미에 넣었다.
이번에는 단단히 묶었다.
아이 울음이 뒤에서 터졌다.
아버지는 등을 폈다가, 다시 굽혔다. 짐이 없어도 이미 굽은 등이었다. 그는 자루를 메고 길로 나섰다.
길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는 장터라는 말을 떠올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