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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an 30. 2023

독서와 구글.

- 독서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인터넷이 인간의 망각을 부추기고 뇌 세포 영역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과 멀티태스킹을 경계하는 이야기가 많은 요즘, 특별한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읽은 것은 개정판이어서 작가의 의견이 추가된 부분이 있었는데, "집필 초기에는 추측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라는 발언이 섬뜩했다.




"인간이 도구(구글)를 만들고, 도구(구글)가 인간을 만든다."


 니체가 타자기를 사용한 후 글이 변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니체와 타자기의 인연은 몇 개월도 가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책에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예시를 담는다. 삽을 버리고 포클레인을 선택한 노동자는 생산성을 얻었지만 근력을 잃었다든지, 시계를 발명한 인간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시간에 구속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추상적 인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구글'이라는 단어를 대입하자 현실이 되었다.


 인터넷이 뇌의 외부기억장치를 담당하는 도구가 된다면 인간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증가한다는 가설은 깨진 지 오래다. 사물을 기억하는 실험이 있었다. A그룹은 사진을 찍고, B그룹은 사진을 찍지 않도록 했다. 실험 결과 사진을 찍지 않은 B그룹이 사물을 더 많이 기억했다. 요즘 우리는 닥치대로 사진을 찍어서 도구에 저장을 시킨다. 언제든지 꺼내어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사진을 찍을 당시의 인지력을 하락시킨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진을 찍을수록 뇌에 남는 기억은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인이 전화번호와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시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의 '성장'이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이라는 리포트를 가정해 보자. 구글에는 세계 석학들의 정수가 담겨있다. 웹 사이트를 훑는 능력, 즉 검색능력이 강할수록 리포트의 질은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사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훑어본다'는 말은 멀티태스킹을 암시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지적 과부하가 걸린다. 따라서 학생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인플레이션 관련 서적을 한 권만 읽어도 '깊은 읽기'가 발동한다. 책에는 멀티태스킹도 없고 하이퍼 링크도 없기 때문에 인지적 과부하로부터 자유롭다. 깊은 읽기는 뉴런의 확장과 연결, 그리고 장기기억으로 남겨질 확률도 높인다. 구글을 활용한 리포트가 독서를 하고 쓴 리포트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장은 더디다.


 구글이 제공하는 정보는 평등하다. 구글을 뇌의 외부기억장치라고 가정하다면 인류는 거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셈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의 결과는 천차만별일까. 검색 능력 차이라면 해커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가 학자를 대체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독서를 강조하기 시작한 '시기'에 주목했다. 그 시기는 멀티미디어 범람과 맞물린다. TV가 바보상자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나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줄 거라 기대했지만, 명확하게 멍청해졌다. 구글을 활용하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덜 똑똑한 사람은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고체계가 빈약한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구글의 검색 결과는 인지적 과부하다. 사색할 틈이 없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링크를 클릭함과 동시에 날아가버린다. 정보화 시대로 갈수록 '독서'를 강조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책이 너무나 귀해서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현대에는 책을 너무나 안 읽어서, 독서를 하는 소수가 지배층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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