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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Feb 10. 2023

자기기만과 긍정적 착각.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을 쉽게 사는 사람들과 좌절을 빨리 극복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밋빛 자기기만'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고대부터 인간은 오만에 반대했다. 때문에 1970년대부터 이에 관한 연구를 지속했고 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가 진행되며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속 '기만'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착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서 떠오른 단어는 '자기 충족 예언'이다. 자기 충족 예언이란 사건의 결과가 자신이 믿고 있는 범위 안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여성이 남성보다 계산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으면 역량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다. 똑같은 에세이라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썼다고 믿으면 더 높게 평가한다. 여기까지 오면 고정관념 영역이다. 긍정적 착각은 '좋은 고정관념'이라는 말일까? 연구 결과는 긍정적 착각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부정적 착각은 버리고 긍정적 착각만 선택하면 정신이 건강해질까?


 긍정적 착각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대표 사례는 성공 확언이다.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자기 계발서의 단골손님이다. 심리치료 방법 중 스토리 에디팅과 리프레이밍도 유사한 개념을 채용한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긍정적 착각이 더 나은 신체 건강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 중 가장 널리 인용되던 한 연구는 그 결과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많은 오류를 담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기 고양"에 관한 수백 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마이클 더프너는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들의 자기 과시가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공동체 안에서 좋은 평판을 받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기도 한다는 걸 발견했다. 리처드 로빈슨과 제니퍼 E. 비어는 4년에 걸쳐 대학생들을 관찰하며, 긍정적 착각을 더 많이 하는 학생들이 단기적으로는 더 행복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평온 지수는 급감한다는 걸 밝혀냈다. "단기적으로 혜택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혜택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비용을 치르는 것"


.. 반면 그토록 칭송받던 정확한 인식이라는 미덕을 지닌 사람들은 병적인 수준의 우울증에 걸렸다. 그들은 살아가는 일을 힘들어했고 좌절을 겪은 뒤에는 회복이 더 어려웠으며,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종종 더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라는 걸까? 긍정적 착각에 빠지면 장기적 비용을 치르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과 불안이 따라온단다. 심리학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결국 균형이다. 쓰고 보니 잘난 척하는 사람이 밉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의 잘난 척은 불안과 우울을 피하는 요령이며, 언젠가는 비용을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며 정의와 겸손을 좇는 이의 미래가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 어느 쪽을 보아도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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