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105
98
정신 건강에 관한 책이고 작가 화양은 중국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한국과 닮은 에피소드가 많지만 우리보다 보수적인 느낌이었다. 동양의 철학과 역사 인용이 새로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같은 분야의 한국인 작가들은 대부분 고대 그리스나 근현대 서양의 전문가를 인용했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서양의 문화가 녹아든 에피소드는 공감하기 난해한 경우가 있다. 성문화와 부모 자식 관계 같은 것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아시아 감성이어서 좋았다.
99
지금도 도서 관련 플랫폼에 꾸준히 소개되는 작품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며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다. 같은 배경으로 성공한 <파친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장점은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하는 완성도다. 작가의 인터뷰에도 '절대 뺄 수 없는, 모든 것의 시작인 장면'이 언급된다. 픽션이지만 역사의 흐름도 복습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을 보면 수작이 분명하다.
100
마니아층이 두터운 자기 계발서다. 여러 권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느낀 것인데 그것들 안에도 장르가 나뉜다. 실용적 방법, 동기부여, 부의 철학, 자서전, 사기꾼. 자기 계발서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자서전+사기꾼 조합에 당했을 것이다. 나도 같은 이유로 자기 계발서를 피해왔다. 하지만 <돈의 속성>을 읽고 나서 편견이 사라졌다. 우리가 학자가 되려는 목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듯,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읽지 않으면 거부감이 덜하다. 과거의 철학은 돈을 '부정한 것'으로 정의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돈도 하나의 철학으로써 연구되고 학습될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은 철학과 종교를 혼동하는 부류가 적지 않다. 맹목적인 추종자들의 댓글은 사이비 신도와 다르지 않았다.
101
얇은 책이다. 소장용으로 좋을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지루하다. 우정을 반추하며 읽어보면 자신에게 맞는 글귀를 발견할 것이다. 고대의 사상가는 여전히 어렵다. 문장 속에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해석을 달리 해보자니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102
이런 종류의 책이 일본에 많은 것일까? 심리를 다루는 일본 작자의 분위기는 대체로 일치한다. 책 사이즈는 작고 상냥한 존댓말로 번역되며 자극적이지 않다. 학문적인 접근과도 거리를 둔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어투에서 그들이 얼마나 타인을 의식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책에서 언급된 설문조사를 보면 일본인 대학생 79%가 타인의 시선에 매우 신경을 쓰고 60%가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한다고 답했다.
103~105
할 말이 많은 책이다. <히스토리언>은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팩션(Faction)이다. 팩션은 '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말로써 '논픽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다빈치 코드>, <인 콜드 블러드>와 같이 언급되는 일이 많다. 예상보다 2배 이상 힘들게 읽었다. 3권으로 구성된 탓도 있겠지만 인물과 지명이 너무나 낯설었다. 동유럽 역사 지식도 전무하기 때문에 소설임에도 쉽게 읽히지 않았다. 팩션의 숙명인지 모르겠지만 방대한 배경 설명에 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읽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은 인정한다.
장점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사건 묘사다. 이 책을 탄생시켰다는 이유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 단점은 복잡성과 기대를 배신한 오락성이다. 소재가 '드라큘라'이다 보니 <미이라>나 <인디아나 존스>를 기대한 독자가 많았다. 작가의 탓은 아니지만 현실이 그렇다.
부정적인 시각에는 작품 외부적인 요인이 있는데, <히스토리언>은 경매에서 200만 달러에 낙찰된 것으로 유명하다. 소니 픽쳐스가 150만 달러에 영화 판권을 사기도 했다. "<해리포터>의 조앤롤링 신화의 재연이다.", "<다빈치 코드>에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화제성은 곧 마케팅이며 실제로 엄청난 홍비비용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책'에 익숙하지 않거나 취향이 다른 독자가 기대 이상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히스토리언>이 역사에 남을만한 작품임은 인정하지만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 생각에 엘리자베스 코스토바는 마케팅의 수혜자이자 피해자다.
105권 까지를 브런치북으로 엮기 전에 독서기록을 정독해 보았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감정도 있다. 10개월 전에 쓴 첫 번째 독서기록 속 문장과 이글의 문장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100권 정도 읽으면 나의 문장은 어떻게 될까?"라며 기대했는데. 어쨌든 현실이자 한계다. 타인에게 추천할 책이 생겼다는 현실에 만족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겠지만 다른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필사나 한국인 작가의 글을 챙겨보는 방법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음 추천 도서는 200권이 될지 300권이 될지 모르겠지만 숨이 붙어있다면 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