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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Mar 29. 2024

독서 후 바라본 언론

- 팩트풀니스

소통

 독서 초기에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작가 소개에 열심인지 몰랐습니다. 누가 썼든 내용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몇몇 작가의 배경을 알게 되자 책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대표적 인물은 조지 오웰입니다. 그가 사회주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동물농장>을 엉뚱하게 해석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최소한의 작가 정보는 알려고 합니다. 책은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니까요.


 언론의 본질도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를 시작한 후 기자를 검색하곤 합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윤곽이 잡히더군요. 한 번은 전쟁과 기아 관련 기사를 읽고서 기자를 검색했는데 파시즘을 옹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도 허구를 말하고 합리화를 한다지만 선은 지키기 때문에 소통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지 오웰이 나치를 숭배했다면 <동물농장>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소통의 자격을 잃은 기자를 발견할 때마다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동물농장 책(좌), 조지 오웰(가운데), 동물농장 만화(우)



심리

 언론이 무서운 이유는 노하우의 축적입니다. 저는 언론인이 심리학 능통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 업무에 새겨진 관습 자체가 심리학의 정수라고 봅니다. 언론의 역사는 심리학의 역사보다 깁니다. 대중의 반응은 커다란 심리 실험이었을 겁니다. <사회심리학>에서 근거로 내세우는 대부분의 일화도 심리학이 알려지기 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선거철 여론조사가 난리인 이유는 밴드왜건효과를 노리기 때문입니다. 밴드왜건효과는 수요가 수요를 이끄는 현상으로써, 지지자가 많은 정당에 편승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지지율 50:50인 지역에 55:45 여론조사 결과만 뿌리면 실제로 그렇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각 언론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만 노출하고 불리한 여론조사는 감추는 것입니다.


 확증편향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확증편향의 핵심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운동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능과 전문성은 주장을 견고하게 할 뿐입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갈수록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경제, 역사 관련 기사에 빈번합니다. 밴드왜건효과와 확증편향은 그 용어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현상입니다. 그래서 언론이 무섭습니다.


왼쪽부터 사회심리학, 팩트풀니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한 권의 심리학, 바른 마음


 심리학은 독서 입문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독서 초기에 심리학 책을 가까이했습니다. 읽다 보니 마케팅과 언론은 사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심리학에 맞추어 해석하는 것과 심리학을 의도적으로 현실에 반영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론의 무서움입니다. 언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심리법칙을 활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예측

 <팩트풀니스>는 언론을 바라보는 눈을 환기시켜 준 책입니다. 언론은 시청률과 권력에 좌우되어 대중에게 왜곡된 상식을 주입한다는 내용입니다. 책의 메시지를 염두에 둔다면 기본적인 언론 예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선방을 알리는 뉴스가 많을 거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진영논리로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러시아에 유리한 보도를 하기는 어렵고 대중들은 언더독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감안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낙승을 점치는 보도는 너무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의 경우 하마스가 '악'으로 규정될 거라는 예측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유대인은 미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은 한국의 강력한 우방입니다. 잘잘못을 따지고 올라가면 영국 등 자유진영의 치부까지 들추어야 하기 때문에 양비론은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입니다. 나치에게 당했던 유대인을 일본에게 당한 한국인에 투영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하마스는 나쁜 놈이 맞지만 이스라엘을 정의의 사도로 묘사하는 일부 언론은 실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경험도 있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사람은 행복보다 불행에 시선을 둔다."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동영상 알고리즘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머무른 시간이 반영된 결과라고 합니다. 어쨌든 올해 1월 1일 일본 지진이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1월 2일에는 일본에서 비행기 착륙사고가 발생합니다. 이틀 동안 뉴스를 꽤 오랫동안 봤습니다. 댓글에는 "3일에도 뭔가 터지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상식적으로 그럴 확률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대신 3일에는 뭐라도 뉴스가 뜰 것 같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다음날 유튜브에 들어가자 최상단에 식당가 화재 뉴스가 뜨더군요. 규모는 어디서나 발생하는 평범한 화재였습니다.


1월 1일 일본 지진(좌), 1월 2일  비행기 사고(가운데), 1월 3일 식당가 화재(우)


 언론사도 1일과 2일에 큰 사건이 없었다면 3일 날 화재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틀 동안 형성된 트래픽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전략, 또는 불행에 시선을 두는 인간 본능이 만들어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독서를 할수록 보이는 게 많아집니다. "책 좀 읽어."라는 소리가 비아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보다 10배 100배 많은 책을 읽은 분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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